하나금융, 롯데카드 인수 저울질…출자여력 얼마나 있나
4년 전 출자 한도로 롯데카드 인수 고배
현 자기자본 규모 기준 실탄 6천억 내외 추산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자본 확충할 듯
공개 2022-09-26 06:00:00
[IB토마토 김수정 기자] 하나금융지주(086790)가 롯데카드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도 하나금융지주는 롯데카드에 관심을 보였지만, 출자 한도로 고배를 마셨다. 본입찰에도 하나금융지주가 참여한다면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관건이다. 정해진 출자 한도 내에서 롯데카드 밸류를 감당하려면 최대한 많은 자본을 끌어와야 한다. 가장 유력한 방법은 '자본성 증권'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하나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3.2%다. 은행지주 평균은 114.9%이다. 당국 규제 비율인 130%까지 10%의 여력도 남아있지 않아 출자 한도가 여유로운 편은 아니다. 
 
금융지주로는 유일하게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MBK파트너스(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가 쥔 롯데카드 지분 59.83%다. 롯데카드 지분을 매각하려는 MBK파트너스 측은 롯데카드 몸값으로 3조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MBK파트너스 지분을 기준으로 하면, 매각가는 대략 1조원대 후반에서 2조원대 초반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정해진 출자 한도 내에서 밸류에이션을 감당해야 한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20년 3월 말 기준으로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감독 기준에 근접한 129%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하나증권에 5000억원을 출자해주면서다. 다만, 당시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다른 금융지주사도 출자총액 비율이 120%를 넘어선 상태였기 때문에 하나금융지주의 지표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문제는 그 이후다. 신한금융지주나 KB금융지주는 자본을 끌어와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120%  미만까지 떨어트렸다. 현재 신한금융지주는 110%, KB금융지주는 112%까지 개선된 상태다. 반면, 하나금융지주는 123~126%를 유지하며 감독 기준을 준수하면서도 지표 개선에는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KB금융과 신한지주의 경우 대규모 M&A(인수·합병)를 위해 적극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했다. 이와 달리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이후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기존 자회사에 출자하며 필요할 때마다 자본을 확충해왔다.  
 
하나금융지주는 올 들어 총 7000억원 상당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에 힘입어 6월 말 자기자본 규모는 18조3917억원으로, 전년 말 보다 3%, 지난 1분기 보다 2% 증가했다. 지난 3월까지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 출자총액은 22조2619억원이다. 6월 말 자기자본을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출자 여력은 최대 약 1조6000억원이다. 그러나, 하나금융지주는 4월 하나증권에 5000억원, 7월 하나손해보험과 하나카드, 핀크 등 지분 추가 인수를 위해 총 5300억원을 썼다. 추가 자본 확충이 없었다는 가정 하에 추산하면 롯데카드 인수를 위해 쓸 수 있는 금액은 6000억원 미만이다. 
 
사실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 하나금융지주도 롯데에 롯데카드 인수 의사를 전달했다. 당시 하나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4%로 출자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탓에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이 롯데카드를 인수했다. 
 
본입찰에는 예비입찰에 빠졌던 원매자가 나타날 수 있어 재도전에서 하나금융지주가 승기를 잡기 위해선 많은 자본을 끌어와야 한다. 예비입찰에는 우리금융지주나 토스 등 유력시됐던 금융사들이 모두 빠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아직 예선전일 뿐이다"라며 "실적이 좋고, 대형 매물로 꼽혀왔기 때문에 예비입찰 이후에도 많은 곳에서 관심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시장에선 하나금융지주가 자본성증권을 발행해 필요 자금을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성자산을 고려해 외부서 자금을 조달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의 현금및예치금은 137억원으로 미미한 수준이나, 자금운용 목적의 특정금전신탁을 포함하면 가용 현금은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의 인수 여력이 없다고 볼 순 없는 게, 자본으로 인정되는 자본 증권 등 외부 차입으로 대응하면 된다"라며 "금리 수준이 높은 상황이지만, 이자 비용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