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질주 야놀자, '착취 테크놀로지' 오명 벗을까
야놀자, 인터파크 지분 70% 2900억원에 인수…여행·레저 파이 확대
소프트뱅크 2조 투자 유치하며 데카콘 등극
수수료와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사회적책임 도마 위…"시정할 것"
공개 2021-10-22 09:30:00
출처/야놀자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스타트업에서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기업) 신화를 이룩한 야놀자가 인터파크를 품고 벌크업에 나선다. 단순 국내 숙박중개를 넘어 해외여행 및 문화, 여가생활을 커버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다만 점프업을 위해서는 성장 이면에 감춰진 수수료 잡음이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인터파크 전자상거래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된 법인의 지분 70%를 294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인터파크는 종합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2019년) 인터파크 상거래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인터파크 거래총액에서 항공권을 포함한 투어 사업 매출 비중은 약 50%, 스포츠나 공연 티켓을 담당하는 ENT(엔터테인먼트·공연) 부문이 20%가량으로 투어와 공연 분야에 강점이 있다. 야놀자는 인터파크 인수와 함께 항공에서부터 문화·예술 분야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여가 플랫폼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야놀자는 단순 숙박예약 플랫폼을 넘어 R(Refresh 재충전), E(Entertain 오락), S(Stay 숙박), T(Travel 여행)를 아우르는 ‘REST’ 서비스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야놀자의 사업구조는 다양하게 가지가 뻗어 있다. 예약 중개부터 건축공사업, 부동산임대업,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사업을 전개하며 다변화해왔다.
 
야놀자를 논할 때 기술력이 빠질 수 없다. 야놀자는 2017년부터 호텔, 레저시설, 레스토랑 등 여가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플랫폼을 개발했다. RMS(Room Management System) 분야에서도 성과를 나타냈다. 이는 온라인 기반 객실관리 시스템으로 다양한 객실의 상태를 제어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스위치, 냉난방 제어기와 같은 하드웨어와 이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연결시키는 첨단화 기능을 구상했다. 쉽게 말해 고객은 포털에 접속하면 체크인에서부터 체크아웃, 객실온도 등을 스스로 컨트롤하고 직원은 객실 요구사항 등을 언택트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클라우드 기반 호텔 시장 1위 사업자로 올라선 야놀자는 지난달 해외시장에서 클라우드(솔루션 라이선스)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0% 이상 늘어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야놀자의 테크 기술은 외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7월 야놀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2조원 유치하면서 10조원 ‘데카콘’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고 전해진다. 이는 국내 기업으로는 쿠팡에 이은 2번째 대규모 투자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배보찬 야놀자 대표. 출처/뉴시스
 
다만 폭풍 성장 이면에는 전 세계적 트렌드인 ESG경영 측면에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평가다. 김종윤 야놀자 클라우드부문 대표는 지난 7일 지디넷코리아가 주관한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페스티벌 & 블록체인 서울’ 기조연설자로 나서 여행업에도 ESG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야놀자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며 ESG경영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야놀자의 경우 ‘S’ 부문을 담당하는 사회적 경영과 관련해서는 잡음이 많은 실정이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국감)에서 야놀자는 이슈의 ‘축’이었다. 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국감에서부터 정무위원회(정무위)가 진행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한국소비자원 등과 관련한 증인으로 줄줄이 호출돼 호된 질타를 감내해야 했다.
 
우선 수수료 및 광고비와 관련한 이슈다. 문체위 국감에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보찬 야놀자 대표에게 과도한 수수료 부과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야놀자는 예약 한건당 10% 수수료(카드수수료 포함)와 최대 300만원의 광고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야놀자 입점 업체 점주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야놀자 첫달 가입비에 예약마다 10% 수수료를 떼간다. 여기에 타 업체 홍보 경쟁에 안 밀리려면 광고를 쓸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하면 매달 수 백만원은 우습다”라고 말했다.
 
정무위 국감에서도 과다한 광고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야놀자는 애플리케이션 내 숙박시설 광고영역을 5개 부분으로 세분화해 광고비를 받는다. 윤 의원은 해당 영역 광고비를 다 합하면 10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며 야놀자의 기형적인 광고 구조를 꼬집었다.
 
이와 관련 야놀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광고는) 최소 1만6000원부터 시작한다. 300만원은 전체 제휴점에 3%도 안 된다. (야놀자) 플랫폼 제휴점 업체 중 광고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이는 선택사항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 수수료와 관련해서는 "업계 최저가 수준의 수수료만 받는다. 카드수수료 빼면 6.5%가 남는데, 이를 업계에 다시 재투자한다. 24시간 CS비용, 마케팅 운영비용 등 모두 우리가 부담한다. 실제 취득하는 수수료는 1%도 안 될 정도로 최소한의 운영비 수준만 받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두 번째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다. 야놀자는 숙박중개 서비스 외에도 자회사 및 관계회사를 통해 인테리어 시공, 호텔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한다. 이들이 갖는 종속기업만 씨앤디(건축공사업)을 비롯해 에프앤지(호텔 프랜차이즈), 이지테크노시스(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 데일리호텔(호텔예약 서비스업), 레저큐(레저 액티비티 예약대행) 등 9개다. 서비스 확대를 위해 지분투자를 단행한 관계기업도 11개나 있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야놀자 100% 자회사로 운영하는 호텔프랜차이즈 에프앤지다.
 
야놀자는 지난 2014년 본격적으로 호텔 프랜차이즈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에프앤지는 H에비뉴, 호텔 야자, 얌 등 브랜드를 보유하는데, 현재 전국 200개소 이상이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무위 국감에서는 야놀자의 호텔프랜차이즈 사업진출과 관련해 ‘공정성’ 문제가 언급됐다. 이용자들의 구매이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막대한 파워를 보유한 야놀자와 소규모 숙박업자들의 경쟁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국감에서 민병덕 의원은 "중개 플랫폼이 직접 플레이어로 운영까지 하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라며 야놀자의 사회적 책임을 꼬집었다.
 
야놀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2019년 이후 프랜차이즈 사업을 중단하고 신규점은 받지 않고 있다. 브랜드만 빌려준 것"이라면서 "기존 가맹점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서 검토 후 시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