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아직은 먼 얘기···업계는 코발트프리·원통형에 투자
도요타, 전고체배터리 장착 전기차 공개···"전고체, 상용화 시간 걸릴 것"
업계, 바로 수익 낼 수 있는 대형 원통형·코발트 프리 배터리에 주목
공개 2021-09-22 09:3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일본의 완성차 기업 토요타가 ‘전고체’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업계에서는 전고체배터리를 두고 경쟁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기술 성숙이 필요함은 물론, 수많은 기업이 리튬이온배터리에 거액을 투자한 상황이어서 상용화·배터리 전환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금 업계가 더욱 주목하고 투자하는 분야는 전고체보다 수익으로 직결될 수 있는 코발트 프리 배터리와 원통형 배터리의 대형화다.
 
토요타가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탑재 자동차. 사진/토요타 유투브
 
토요타는 지난 8일 전고체배터리 자동차 시제품 영상을 공개하고, 2030년까지 배터리 부문에 우리돈 약 16조원을 투자해 전고체배터리 상용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토요타가 이번에 공개한 전고체배터리 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정식 번호판을 단 전고체 차량으로, 토요타는 2025년부터 전고체배터리 양산에 나서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전기차에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장착된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충전 시 양극에 있던 리튬이온이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통해 음극재로 이동하고 방전 시 리튬이온이 다시 양극재로 돌아가는 원리로 구동된다. 이때 양극 물질이 액체 전해질을 타고 만나면 기화 작용으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러한 위험을 막는 것이 분리막이다. 충돌사고 등으로 분리막이 찢어지거나, 배터리 외형이 파손되면 화재와 폭발 우려가 있다.
 
배터리 종류별 구조 비교. 자료/삼성SDI
 
반면 전고체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손상돼도 양극 물질이 만날 가능성이 매우 적어 훨씬 안전하다. 이뿐만 아니라 전고체배터리는 고체 전해질 자체가 분리막 역할을 해 분리막이 따로 필요 없다. 기술이 안정되면 분리막을 따로 생산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배터리와 차량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전고체배터리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이유다. 
 
현대차(005380)LG화학(051910),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 등도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 전고체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시범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며, 2027년부터 양산을 준비해 2030년에는 본격적으로 양산에 나설 방침이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전고체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알려진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8월부터 전고체배터리 셀을 개발할 연구개발(R&D) 경력사원의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이다. 
 
LG화학도 본격적으로 전고체배터리 시장을 두드리는 모습이다. 현재 전고체배터리에 적용할 단입자 양극재, 단결정 양극재를 개발 중이다. 단입자 양극재는 양극재 금속을 하나의 입자로만 구성한 것을 말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전고체배터리용 고체전해질을 개발 중인 기업 씨아이에스(222080)(CIS)에 대한 지분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의 경우 배터리 출하량이 많은 만큼 관련 사고도 잦은 상황”이라며 “화재 위험이 적은 전고체배터리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총 6조원의 투자를 예고하고,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과 조인트벤처(JV)·전략적 투자(SI) 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에서는 전고체배터리 상용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술·비용·기존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한 투자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고체배터리 중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큰 ‘황화물계 전고체배터리’에는 황화리튬·황화인·염화리튬으로 된 고체전해질이 들어간다. 이 중 황화리튬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달하는데, 아직 황화리튬을 생산하는 기업이 매우 적고 가격도 비싸 상용화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고체전해질을 만드는 기술도 국내에서는 아직 개발 중이며,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과 삼성SDI·현대차·이수화학(005950)이 국책 과제로 황화리튬 저가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제품도 가격이 너무 높다면 대중화와 상용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며 “단가 측면에서도 전고체배터리로의 전환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계 관계자는 “전고체배터리 양산에 5~1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때가 되면 지금까지의 투자로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기술 역시 크게 진보할 것”이라며 “전고체배터리가 리튬이온배터리를 완전히 대체하는 데에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SNE리서치가 추정한 2030년 세계 전고체배터리 시장 규모는 135GWh인데, 같은 해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3254GWh에 달해 전고체배터리의 점유율은 약 4%에 그칠 전망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 SVOLT 에너지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코발트 프리 배터리. 사진/SVOLT
 
업계에서도 전고체에 대한 연구와 투자는 진행하지만,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전고체배터리보다 코발트 프리(Cobalt free) 배터리와 원통형 배터리의 대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코발트 프리 배터리는 양극재의 주요 원료인 코발트를 완전히 없앤 것으로, 지난해 9월 테슬라가 ‘배터리데이’에서 개발을 선언하면서 화제에 올랐다. 
 
주요 완성차업체와 배터리기업들이 코발트를 빼려는 것은 가격과 수급 때문이다. 양극재가 배터리 단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코발트를 빼면 배터리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지난달 코발트 프리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중국의 ‘SVOLT 에너지 테크놀로지(蜂巢能源科技)’는 자사가 개발한 코발트 프리 배터리가 NMC(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수명이 길면서도 가격은 5%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코발트의 70%가 아프리카 콩고에 매장돼 있는데, 현지 정국이 불안해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코발트 프리 개발 경쟁에 불을 붙였다. 
 
CATL·파나소닉·닛산·폭스바겐 등이 코발트 프리 혹은 코발트 비중을 최소화한 배터리의 개발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2025년까지 코발트 없이 니켈(N)·망간(M)·알루미늄(A)으로 구성된 양극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알루미늄은 양극재 금속 중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
 
테슬라가 공개한 4680 배터리. 사진/테슬라
 
원통형 배터리의 대형화도 전고체를 뛰어넘는 업계의 당면 관심사다. 대형 원통형 배터리 역시 테슬라가 올해 초 '배터리데이'에서 4680 배터리 셀 생산라인을 처음 공개하면서 관심이 쏠렸다. 원통형 배터리는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건전지와 같은 원기둥 형태로 생산된다. 4680 배터리란 지름 46mm·높이 80mm 크기의 배터리를 가리키는데, 그간 전기차에 주로 사용된 1865(지름 18mm·높이 60mm) 배터리와 2170(지름 21mm·높이 70mm) 배터리보다 지름이 두 배 이상인 대형 배터리다.
 
테슬라에 따르면 4680 배터리는 기존 2170 배터리의 5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출력은 6배 강하며 주행거리를 16% 늘려준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테슬라는 중국에서의 4680 배터리 양산을 위해 CATL·LG에너지솔루션·EVE에너지 등 배터리 제조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양산 시점이 2023년으로 전망되는 만큼 계약을 따낸다면 빠르게 수익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 4680 배터리가 전고체보다 주목받는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4860 배터리 시제품 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LG화학 컨퍼런스콜에서 언급한 “기존 에너지 대비 밀도 5배, 출력 6배 이상의 신규 제품”이 테슬라가 발표한 4680 배터리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배터리는 미래 먹거리로서 개발할 가치가 충분하지만, 아직 상용화를 논하기엔 이르다”라며 “현재는 미래에 투자하기 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코발트 프리 배터리와 4860 배터리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