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스틸, 정관까지 바꾸고 본격 'CB 발행' 나서나
총 CB 발행 한도 500억원으로 명확히 규정
차입금 확대로 부채비율 등 재무상태 악화 여파
메자닌 발행으로 외부 자금 조달 가능성 높아져
공개 2024-04-04 06:00:00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아주스틸(139990)이 실적 하락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로 외부 자금 조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차입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부채비율이 300%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향후 전환사채(CB) 등 주식연계채권 발생을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아주스틸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CB 발행한도를 높이는 내용의 정관 개정을 승인해 향후 CB 발행 규모를 늘릴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차입 증가에 악화되는 재무건전성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주스틸의 지난해 매출액은 9446억원, 영업손실은 133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 비해 매출(1조562억원)은 10.6% 감소했고, 영업이익(46억원)은 영업적자로 전환됐다. 아주스틸의 수익성이 악화된 배경에는 전방산업인 가전 산업 불황이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전제품 판매금액은 32조4612억원으로 2022년(35조8074억원)보다 9.3% 감소했다. 가전 수요 감소에 따라 가전 제품에 들어가는 컬러강판 수요도 함께 줄어들며 매출 감소와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아주스틸은 수익성이 감소하는 가운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컬러강판 등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다.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집행된 투자금액은 2918억원 이상이다. 올해도 아주스틸은 폴란드 공장 투자에 150억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아주스틸은 차입금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해 왔다. 수익성이 감소하며 현금흐름도 좋지 않았고, 시장 전망도 불확실해지면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쥐고 있어야 할 요인이 컸다. 이에 아주스틸은 지난해 보유 현금과 현금흐름을 활용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보다 대출과 사모사채 발행 등으로 투자 재원을 조달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아주스틸의 대출금(장·단기 대출금)은 4700억원으로 2022년(3447억원)보다 36.4% 증가했다. 사모사채 발행액도 지난해 말 400억원으로 2022년(125억원)보다 3.2배 증가했다. 차입금이 증가하면서 아주스틸의 이자비용도 같은 기간 104억원에서 257억원으로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주스틸의 재무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다. 아주스틸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66.3%, 차입금의존도는 51.2%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대비 각각 146.2%포인트, 4.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통상 일반 제조업 기업에서 차입금 200%, 차입금의존도 30% 이내가 재무안정성 기준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아주스틸이 앞으로 대출 등을 통해 차입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안정권을 벗어난 상황이고, 이미 건물 등 자산을 담보로 조달받은 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2749억원에 달해 추가 차입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출 등으로 조달하는 차입금 외 다른 경로로 차입금을 조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메자닌으로 자금조달 경로 확대
 
추가 차입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아주스틸은 전환사채(CB) 등 이른바 메자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아주스틸은 지난 3월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CB의 총 발행한도를 500억원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정관 개정안을 승인했다. 당초 정관에 따르면 아주스틸은 발행 주식 총수(지난해 말 기준 2645만2189주)의 2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CB를 발행할 수 있었다. 이를 최근 1개월 평균주가(6660원)에 반영하면 기존 CB 총 발행한도는 352억원이다.
 
아주스틸 입장에서 CB는 최대주주 등 지분율이 감소할 수 있지만 재무건전성 개선과 상환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꾸준한 투자로 인해 재무건전성도 악화됐고 전방산업 불황에 현금흐름도 별로 원활하지 않아 자체적으로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운 아주스틸 입장에서는 실보다 득이 많은 선택지다. 500억원 규모의 CB가 신주로 전환될 경우 아주스틸의 부채비율은 366.3%에서 296.8%로 줄어들고 차입금의존도는 51.2%에서 48.8%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CB 전환권 행사로 신주가 발행될 경우 발행 주식수가 늘어나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낮아진다. 그러나 500억원 규모의 CB가 신주로 전환된다해도 아주스틸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우호 지분을 더해 5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인 이학연 아주스틸 대표이사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2.69%(1129만3760주다)다. 지난 3월 기준 아주스틸 평균 주가(6660원)로 CB 500억원을  발행할 경우 CB 신주 전환분은 750만7507주다. 이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2.69%에서 33.26%로 낮아진다. 여기에 아주스틸의 전략적 투자자(SI)인 일본 카네마츠 상사의 아주스틸 지분 16%(543만1250주)를 더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와 SI의 합계 지분율은 49.25%가 된다. CB 500억원이 신주로 전환된다해도 50%에 근접한 지분율 유지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주스틸 측은 향후 CB 발행 가능성을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CB 발행 관련 정관을 개정한 것은 총 발행 한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라며 “향후 CB를 발행하기 위해 정관을 개정했다고 말하기 어렵다”라고 답변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정준우 왜?(Why?)에 대한 답변이 되는 글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