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저축은행 지각변동…페퍼저축, 5위권 밖으로
애큐온저축은행, 5대 저축은행에 진입 성공
건전성 악화에 대손충당금 적립 영향도
공개 2024-04-02 06:00:00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5대 저축은행의 판도가 바뀌었다. 지난해 업권 불황으로 인해 총자산 규모가 줄어든 탓이다.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 영향에 저축은행 업권은 악화된 건전성에 대비해 총여신을 줄이는 등 자산 감소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대형 저축은행을 포함해 총자산 감소는 업권의 공통된 분위기지만 정도의 차이가 순위를 뒤집었다.
 
저축은행중앙회.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자산 감소로 5대 저축은행 달라져
 
지난해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저축은행 순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은 통상 총자산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지난 2022년 5대 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의 견고한 1위 수성에 이어 OK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이 순이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페퍼저축은행의 총자산이 타 저축은행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애큐온저축은행에 5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이 저축은행 업계 불변의 1위와 2위로 자리 잡고 있는 반면 4위와 5위는 순위 변동이 잦은 편이다. 
 
 
 
페퍼저축은행이 5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2018년  5위를 기록한 이후 웰컴저축은행과 4위 자리를 두고 다퉈왔다. 페퍼저축은행 대신 애큐온저축은행이 5대 저축은행에 이름을 올리면서 지난해 말 저축은행 5강은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으로 재편됐다.
 
각 사의 총자산은 ▲SBI저축은행 15조4949억원 ▲OK저축은행 13조9092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 8조4371억원 ▲웰컴저축은행 5조8953억원 ▲애큐온저축은행 5조3418억원을 기록했다. 5대 저축은행 모두 전년과 비교해 총자산이 줄었으나 페퍼저축은행은 폭이 크다. 지난해 페퍼저축은행의 총자산은 4조7188억원으로 지난 2022년 6조2554억원 대비 24.6% 감소했다. 애큐온저축은행 역시 6조1192억원에서 5조3418억원으로 12.7% 줄었으나 페퍼저축은행 대비 감소 폭이 작아 순위가 뒤바뀌었다.
 
물론 지난해 추세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애큐온저축은행 역시 총자산이 줄어드는 추세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소상공인 등의 상환능력이 제고될 경우 대출 여력이 커질 수 있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다만 지난해 추이가 이어지면 애큐온저축은행은 웰컴저축은행과 4위 자리를 놓고 경합을 하게 된다. 
 
건전성 악화 영향… 총자산 줄어
 
페퍼저축은행 총자산 규모가 줄어든 것은 대출채권 감소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자산은 회계적으로 크게 ▲현금및예치금 ▲유가증권 ▲대출채권 ▲유형자산 ▲기타자산으로 나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대출채권인데, 지난해 페퍼저축은행의 대출채권은 3조3587억원으로 전년 5조2277억원 대비 35.8% 감소했다. 유가증권이 같은 기간 4177억원에서 7546억원으로 80.7% 증가했음에도 규모 자체가 대출채권에 비해 작은탓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게다가 대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규모는 2348억원에서 4762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 대출채권자산 규모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출채권 중 규모가 가장 크게 감소한 것은 일반자금대출로, 대손충당금도 가장 많이 쌓았다. 지난해 페퍼저축은행의 예적금담보대출은 13억원 일반자금대출은 3조1134억원, 종합통장대출 3868억원, 기타대출채권은 1175억원이다.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일반자금대출의 대손충당금은 2360억원으로 일반자금 대출채권의 약 7.6% 수준이다. 
 
페퍼저축은행이 대출채권 덩치를 줄이고 대손충당금을 전년 대비 높은 비율로 적립한 것은 건전성 악화 때문이다. 지난해 페퍼저축은행의 총여신은 3조6009억원으로 전년 5조4025억원 대비 33.4% 감소했다. 총여신이 감소했음에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 2022년 말 4.71%에서 12.86%까지 급등했으며 연체대출비율은 4.12%에서 9.39%로 올랐다. 고정이하뷴류여신이 같은 기간 2545억원에서 4630억원으로 증가한 탓이다. 특히 회수의문여신과 추정손실 여신은 1944억원에서 2652억원으로 증가했다.
 
부동산업종에 실행한 대출금 7102억원 중에서도 829억원이 연체돼 연체율이 12.38%로 올랐다. 전년 1.06%에 비해 11배 넘게 급증했다. 부동산PF대출의 연체율이 13.24%, 건설업은 15.52%, 부동산업은 9.79%다. 2022년만 해도 부동산PF대출은 연체가 없었고, 건설업과 부동산업 여신 연체율도 약 10배씩 늘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와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 충당금 추가 적립의 영향으로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라면서 "다만 지난 2022년까지 순익을 내왔고 올해 초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대 등으로 손실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금리 안정화 이후 실적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이성은 탄탄하고 읽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