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고금리시대)③NPL시장, 축소 불가피…대안은 없나
고금리시대 부실채권 증가로 시장 확대
NPL 감소 전망에 포트폴리오 다각화 '필수'
공개 2024-03-29 06:00:00
올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금융권 내부는 더욱 분주해졌다. 지난 2년간 금리 인상기를 겪어온 은행과 저축은행, 부실채권(NPL) 업계는 각각 금리 인상의 영향을 달리 받았다. <IB토마토>는 금융업계가 금리 인상기에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점검하고 앞으로 다가올 금리 인하를 대응하는 방식을 업권별로 살펴본다.(편집자주)
 
[아이비토마토 이성은 기자] 올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에 부실채권(NPL) 규모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코로나19 이후 기준 금리 인상으로 호황을 맞았던 NPL투자시장에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 호황으로 경쟁이 심화된 탓에 성장은커녕 생존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금융감독원.(사진=금융감독원)
 
부실채권 늘자 시장 '호황'
 
부실채권 시장은 지난 2022년 기준 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은행권뿐만 아니라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을 포함해 전반적인 부실채권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호황을 맞았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잔액은 지난해 3분기 11조5000억원에서 3개월만에 1조원 증가한 12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1조원은 모두 기업여신으로부터 발생한 부실채권이다. 지난해 4분기 신규 발생한 부실채권은 5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인 3분기 발생한 4조3000억원 보다 1조4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 여신이 3조2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2조4000억원 대비 8000억원 늘어났다.
 
 
 
부실채권 증가로 정리실적도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4분기 은행권에서 정리된 부실채권 규모는 4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3조3000억원보다도 1조4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2022년 전체 매각규모가 2조4000억원임을 감안하면 확장세가 가파르다,
 
덕분에 국내 부실채권 투자기업들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NPL투자시장은 연합자산관리와 대신에프앤아이, 하나에프앤아이가 주도해왔다. 지난 2020년 이후 키움에프앤아이와 우리금융에프앤아이가 진입해 5강 경쟁체제가 굳어졌다. 다만 타 사와 달리 연합자산관리(유암코)는 지난 2009년 금융기관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국내 6개 은행이 공동출자한 한시 법인이 영구 법인으로 전환된 사례로, NPL시장의 30~40%를 차지해 여전히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각 사의 NPL 매입금액도 증가했다. 매입금액은 ▲연합자산관리 1조1449억원 ▲대신에프앤아이 3220억원 ▲하나에프앤아이 1조3642억원 ▲키움에프앤아이 2090억원 ▲우리금융에프앤아이 3170억원이다. 점유율은 유암코가 38.7%, 하나에프앤아이가 31.5%, 우리금융에프앤아이가 10.5%를 기록했고, 대신증권 9.5%, 키움증권 7.3%로 뒤를 이었다.
  
영업 비용 증가로 영업 이익은 감소했으나 영업수익 자체는 증가했다. 각 사의 지난해 3분기 영업수익은 ▲연합자산관리 3852억원 ▲대신에프앤아이 1670억원 ▲하나에프앤아이 1243억원 ▲키움에프앤아이 345억원 ▲우리금융에프앤아이 180억원이다. 
  
금리인하에 경쟁심화…대안 마련해야
 
최근 부실채권 증가 이유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악화와 한계 차주 증가다. 올 하반기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NPL시장 축소는 피할 수 없다. 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의 호전과 차주 상환능력이 개선된다면 자연스럽게 부실채권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은행 부실채권 잔액은 18조2000억원에서 10조100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지난해 다시 상승세를 보였으나 금리 인하로 경기가 안정되면 잔액 규모는 평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금리뿐만 아니라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2020년 이후로부터는 키움에프앤아이와 우리금융에프앤아이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점유율 다툼이 심화될 전망이다. 
 
업계 1위인 유암코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회사 자산의 48%를 차지하는 투자 사채의 대부분은 NPL채권 회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의 유동화 사채다. 통상 유동화 사채는 금융기관 매각 일반채권과 특별채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통상 4년 차 이후 누적 회수율이 100%가 넘는다. 
 
유암코의 경우 지난 2022년 매입한 미상환대출원금(OPB)의 2년차 누적회수율이 37.6%, 지난해 3분기까지의 1년차 누적회수율은 7.8%에 불과해 오는 2026년에 100% 이상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4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회수율은 대신에프앤아이가 3.9%, 하나에프앤아이가 7.1%, 키움에프앤아이 5.3%, 우리금융에프앤아이 4.2%를 기록했다.
 
오는 2026년까지 원활한 회수가 이뤄진다면 NPL업계 실적도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그 이후가 문제다. 유암코의 경우 기업구조조정 비중 부문을 확대시키는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는 움직임을 지난 2020년부터 보여왔다. 지난해에도 순 투자가 이뤄져 비중을 늘렸다. 
 
NPL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된다 해도 경기 침체와 부동산 불황이 반전되지 않는 한 부실채권 규모가 갑자기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 부실채권이 많이 배출되고 있고, 그에 따라 경쟁이 완화돼 있을 때 적정가격으로 부실채권 자산을 적정한 수준으로 늘린 후 부동산 경기가 반등할 때 매각하는 방법으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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