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자본적정성 향상에도…추가 카드 만지작
경제적가정 조정·금리하락 변수로 하방 압력
후순위채 발행이나 재보험 추가 출재 등 기대감
공개 2024-03-25 06:00:00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현대해상(001450)이 올해 신 지급여력제도인 K-ICS 비율 개선에 적극 나선다. 지난해 당국 권고치를 크게 넘어서며 양호한 수치를 나타냈지만 시장 기대치나 경쟁사 수준, 경제적 가정 변경에 따른 하방 요인 등을 고려하면 제고할 필요가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현대해상은 이를 위해 후순위채 발행뿐만 아니라 재보험 추가 활용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K-ICS 비율 목표 최대 180%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해 K-ICS 비율이 173.2%다.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이 12조728억원이며 지급여력기준금액인 요구자본이 6조9717억원이다. 구 회계기준인 IFRS4 체계 지급여력제도인 RBC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해상의 2022년 RBC 비율은 174.6%다. K-ICS 기준에서는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규모가 RBC 대비 각각 두 배 정도 늘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을 요구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현대해상은 기준치보다 23.2%p 높아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눈높이가 200%까지 높게 형성돼 있다. 실제로 손해보험사 경쟁 그룹의 지난해 K-ICS 비율은 ▲삼성화재(000810) 272.3% ▲DB손해보험(005830) 231.1% ▲메리츠화재 240.6% ▲KB손해보험 216.0% 등으로 모두 200%를 넘어서고 있다. 경쟁사 네 곳의 K-ICS 비율 단순 평균은 240%로 계산된다. 현대해상이 지급여력비율을 높이려는 이유다. 
 
K-ICS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보험사의 자본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우수하다고 평가될 수 있지만 ‘다다익선’ 개념은 아니다.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 규모의 효율성을 고려해야 하고, 요구자본에 반영되는 각종 리스크 산정도 보험사 포트폴리오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보험사 개별 여건과 전략에 따라 수준을 맞춰간다는 설명이다. 현대해상은 올해 K-ICS 비율을 170% 중반에서 18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앞서 컨퍼런스콜에서도 현대해상 측은 K-ICS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로 경제적 가정의 변경, 즉 보험부채 할인율 제도 조정을 언급했다. 이는 장기선도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 프리미엄을 축소하는 내용인데, 이에 따른 영향으로 K-ICS 비율이 약 7%p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외에도 ▲연간 신계약 효과로 2%p 내외 상승 ▲주주 배당에 의한 2%p 하락 ▲보유계약과 운용자산 수익에서 5%p 상승 등의 변동 요인이 있다. 추가적 변수로는 손해율 등 계리적 가정 조정과 시장 금리 동향이 꼽힌다. 올해 K-ICS 비율을 최소 170% 중반으로 유지한다 해도 하방 압력이 크기 때문에 연말에 대비해 수치 상승폭을 높게 가져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현대해상)
 
후순위채 발행·해지위험 재보험 출재 '집중'
 
K-ICS 비율을 올리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로는 자본성증권 발행이 있다. K-ICS 비율 계산식에서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을 키우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다. 앞서 현대해상은 지난해 8월 총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사모 3400억원과 공모 1600억원)을 조기 상환한 바 있다. 자본성증권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놓은 상황이다.
 
후순위사채의 경우 4건이 미상환됐고 발행금액은 총 9460억원이다. 만기 상환은 5월26일 1930억원이 가장 빠르고, 다음은 2025년 10월21일 1700억원이다. 기본적으로 이번 상반기 내 한 차례 차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K-ICS 비율 상승을 위해서는 추가 발행도 요구된다. 지난해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을 기준으로 제고 여력을 살펴보면 후순위채를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할 경우 K-ICS 비율이 1.4%p 상승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발행금액이 2000억원이면 2.8%p, 3000억원은 4.3%p 오른다.
 
요구자본 측면에서는 대량해지위험 재보험 출재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해지위험은 보험계약자의 옵션 행사율(해약률이나 중도인출률 등) 변화나 보험계약 대규모 해지로 순자산 가치가 감소하는 것을 뜻한다. K-ICS 요구자본은 각종 리스크를 바탕으로 산정하는데 해지위험은 장기손해보험리스크 내 하위 항목으로 있다. 즉 K-ICS 비율 산출에서 분모 크기를 낮추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일부 보험사는 해지위험을 재보험사에 출재하면서 관련 리스크를 줄여왔다. 현대해상도 마찬가지다. 앞서 현대해상은 지난해 3분기 신종자본증권 상환과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K-ICS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대량해지 리스크 출재를 활용, K-ICS 비율을 7~8%p 정도 방어한 바 있다.
 
후순위채 추가 발행과 대량해지 리스크 추가 출재 여부는 시장금리가 얼마나 하락할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는 부채 듀레이션(금리민감도)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게 형성되는 만큼 금리가 하락할 경우 자본이 줄어 K-ICS 비율 산정에 불리하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급여력비율 자체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자본성증권 발행이나 재보험 활용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미정이고, 시장 상황을 보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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