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거품 빠진 신성델타테크, 기술 내재화로 본업 '포커스'
새로운 초전도체 연구, 사실상 실패에 주가 급락·실망감 확대
신성일렉트로닉스 흡수합병으로 기술비용 절감 '기대'
공개 2024-03-08 06:00:00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초전도체 대장주로 꼽히던 신성델타테크(065350)가 연구 결과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해 예견된 비극이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발표한 새로운 초전도체 물질 발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잇따르면서 과열됐던 투자 심리가 한 풀 꺾인 것이다. 신성델타테크는 자회사 신성일렉트로닉스를 합병하고 올해 기술 내재화로 비용 절감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실적 방어로 높아진 주주들의 기대감을 붙잡아둘 수 있을지 기로에 놓여 있다. 
 
김현탁 교수가 4일 미국 물리학회 연례회의에서 초전도체 관련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초전도체 신물질 결과 실망감에 주가 폭락 시작돼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성델타테크는 관련 연구소에서 초전도체 실험 결과를 발표한 지난 5일, 전날(4일) 종가 12만3300원에서 14.76% 하락한 10만5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6일에는 종가가 다시 11만600원으로 소폭 올랐지만, 고점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종가 14만84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하며 4조원을 넘어섰던 시가 총액은 6일 3조397억원으로 떨어졌다.
 
앞서 신성델타테크는 초전도체 관련 대장주로 꼽히며 6개월 만에 주가는 710%포인트 치솟았다. 지난해 7월31일 1만5180원에 불과하던 주가가 올해 2월29일 12만3000원으로 오른 결과다. 한국거래소는 신성델타테크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신성델타테크가 초전도체 관련 종목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던 이유는 지난해 7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 초전도체(LK-99)을 개발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신성델타테크는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의 지분을 52.52%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은 퀀텀에너지연구소 지분 9.37%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국내 초전도학회는 LK-99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메리대 교수가 LK-99에 황(S)을 추가한 새로운 초전도체 물질 ‘PCPOSOS’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주가는 더 가파르게 뛰었다. 
 
하지만 김 교수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 학술대회에서 ‘PCPOSOS’에 대해 발표한 결과 부정적인 의견들이 이어졌다. 김 교수는 해당 물질이 자석 위에 놓을 때 일부 부상하는 등 초전도체 특성이 나타났다고 주장했지만 샘플 실물 없이 영상과 사진으로만 설명해 실제 초전도체 물질 개발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LK-99과 비교해 진전된 내용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신성델타테크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가운데 주가는 하락장에 진입했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향후 또 다른 반등 요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동안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주가가 추가적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테마성으로 오르는 종목들 같은 경우에는 중간에 같이 올라탔을 경우 고점에서 물릴 가능성도 높고, (주가가) 이렇게 가파르게 상승했을 경우에는 그 이후에 차익 실현 과정에서 하락도 가파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단기 차익에 비해 손실 폭이 확대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라며 "본업이나 펀더멘털적 요인을 같이 고려하고, 낙관적인 전망보다는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라고 말했다. 
 
 
신성일렉트로닉스 흡수합병·본업 집중에 주주가치 유지할까
 
신성델타테크는 초전도체 관련 테마주로 묶이기는 했지만, 본사업은 가전·2차전지·물류서비스 등 부품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흡수 합병한 신성일렉트로닉스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실적 호조를 이어갈지 여부가 지금껏 쌓아 올린 주주가치를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성델타테크 매출은 7379억원, 영업이익도 444억원을 기록해 2022년 대비 각각 49.7%,  199.8% 증가했다. 최근 3년치 수치를 살펴봐도 실적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20년 4931억원이던 매출은 2년 만인 2022년 7934억원으로 올랐다. 매출은 2022년 대비 지난해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022년 4.04% 대비 2023년 6.01%로 오히려 증가했다.
 
신성델타테크는 생활가전(HA), 2차전지(BA), 물류서비스(SVC) 등 3개 사업 분야를 운영하고 있다. 분야마다 주요 매출처는 각각 LG전자(066570)·쿠쿠전자·린나이, LG에너지솔루션(373220)·르노코리아자동차, LG전자 등을 두고 있어 사업 기반은 탄탄한 편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생활가전(HA) 부문은 세탁기·에어컨·냉장고 등 부품을 제조·판매해 매출 2775억원을 기록해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성델타테크는 올해 자회사이자 전자 부품 회로 기판 제조업체 신성일렉트로닉스를 흡수 합병해 기존 부품 사업에서 가전제품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성일렉트로닉스가 보유하고 있던 인쇄회로 기술을 내재화한다는 설명이다. 그간 인쇄회로기판(PCB) 설계·제작은 외주를 맡겼었는데 기술을 내재화한다면 원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신성일렉트로닉스 합병으로 재무 상태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일렉트로닉스는 지난 2021년부터 결손금이 늘어나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였다. 2022년에는 유동자산이 30억원, 유동부채가 56억원을 기록해 기업의 현금 유동성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53.88%에 그쳤다. 통상 유동비율이 100%를 넘지 못하면 나쁘다고 평가한다. 신성델타테크 부채비율은 2022년 193%에서 2023년 3분기 182%로 감소했는데 일렉트로닉스 합병으로 부채가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신성델타테크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일렉트로닉스가 가지고 있는 인쇄회로 기술 등을 내재화하고 원가 절감을 하는 등 이득을 찾기 위해 인수합병했다”라며 "(초전도체 주가) 이슈는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고 따로 공시를 통해서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이조은 친절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