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R&D투자 마침내 결실…'알리글로' 순항 예고
매출 1조2217억원 달성에도 영업이익 반토막
8년만에 현금창출력 마이너스 전환
FDA 승인된 국내 8번째 신약 알리글로…3가지 핵심 전략은
공개 2024-03-06 06:00:00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녹십자(006280)가 혹한기를 딛고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에 결실을 맺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 승인을 얻은 8번째 국내 신약 '알리글로'가 제25회 대한민국신약개발상 신약개발 부문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는 눈앞의 수익성 악화에도 상관없이 R&D 투자를 키운 결과다. 녹십자는 알리글로에 대한 3가지 전략을 제시하면서 해외시장 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녹십자 본사 전경.(사진=녹십자)
 
R&D 결실 맺기 위한 수익성·현금흐름 악화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429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간(1037억원)과 비교해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출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음에도 연구개발 투자가 이어진 결과다.
 
녹십자는 혈액제제류·백신제제류·일반제제류를 중심으로 매출을 내며 제약사 1조 클럽에 입성해 지속적인 외형성장을 이뤄왔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1조2217억원으로, 직전연도 같은 기간(1조2998억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2020년(1조5041억원)과 2021년(1조5378억원) 매출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형은 소폭 줄어든 가운데, 각종 비용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녹십자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원가율과 판매비와 관리비율은 각각 68.8%(매출원가 8406억원), 27.69%(판매비와 관리비 3383억원)다. 직전연도 같은 기간(64.89%, 27.14%)과 비교해 늘었다.
 
실적 악화가 수반되자 녹십자는 2016년 이후로 7년 만에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마이너스(-) 전환됐다. 녹십자는 2022년 3분기에는 241억원의 현금이 유입됐지만 당기순손실로 전환되면서 지난해 3분기까지 991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다만, 재고자산 증가로 684억원이 유출된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통상적으로 매출이 성장하면 기업은 판매량 확보를 위해 재고 확보에 나서기 때문이다. 
 
또한, 2020년부터 시작된 오창공장 설비투자와 녹십자웰빙 증설 투자 등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도 잉여현금흐름(FCF) 제약에 한몫했다. 2022년 3분기 기준 CAPEX로 572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856억원만큼 유출됐다. 
 
녹십자 관계자는 현금 유출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의 원인은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한 백신 접종 수요 감소, 혈장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율 증가, R&D투자 확대 등을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악화됐다"라며 "신사업인 CMO를 위한 오창 통합완제관 추가 설비 투자 영향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급격히 악화된 수익성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했을 뿐만 아니라 조직 10%를 통폐합하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녹십자는 연구개발비 투자 확대를 멈추지 않았다. 연구개발비(율)는 1443억원(11.1%)에서 1488억원(12.2%)으로 늘었다.
 
 
FDA 승인된 8번째 국산 신약 알리글로…올해 하반기 출시
 
수익성 악화에도 지속했던 R&D투자 뚝심은 이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신약개발상을 수상하는 등 알리글로가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녹십자는 미국 시장 공략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올해 본격적인 상용화가 시작된다면 향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녹십자는 지난 27일 알리글로를 개발한 공로로 제25회 대한민국 신약개발상 신약개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으로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에 사용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제제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최초 혈액제제이자 FDA 승인을 얻어낸 8번째 국산 신약이다.
 
알리글로가 탄생하기까지 긴 여정을 거쳐왔다. 지난 2020년 북미에서 일차 면역결핍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완료했으며 당시 FDA가이드라인에 준한 유효성과 안전성 평가 변수를 만족시켰다. 이어 지난해 7월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BLA) 재제출을 거쳐 지난해 12월 최종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녹십자는 올해 하반기에 자회사인 GC바이오파마 USA를 통해 알리글로를 출시한다. 알리글로가 속한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의 규모는 약 13조원 수준이며, 국내 약가보다 약 6.5배 높은 최고가 시장이다.
 
지금까지 녹십자는 제네릭 등을 통한 매출 확대가 이뤄지기보단 백신 등 수익성이 비교적 적은 혈액제제·백신제제 등으로 매출을 내왔다. 실제 녹십자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주요 제품의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혈액제제류 33.2%(3053억원), 백신제제류 24.6%(2257억원) 등이다.
 
녹십자는 미국 시장 진출에 따르는 장벽을 넘기 위해 ▲고마진 가격 정책 ▲환자 접근성 향상 ▲계약 최적화 등 3가지 전략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알리글로는 면역글로불린 유통채널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는 전문약국을 통해 공급된다. 전문약국 채널은 성분명 처방 비율이 높아 신규 진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마진 전략을 수립, 보험사와 처방약 급여관리 업체, 전문약국, 유통사를 아우르며 수직 통합 채널 계약을 통해 미국 사보험가입자의 약 75%에 알리글로를 등재시킬 계획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하반기 알리글로 미국시장 진출, 인도네시아 플랜트 기술수출, CMO 상업생산 계획 등 신규 사업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라며 "알리글로는 올해 5000만달러 매출을 일으킨 뒤(연결기준) 매년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진출 5년 만인 오는 2028년에는 약 3억달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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