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이면엔 '케미 시너지'
재무상태 양호하지만 현금성자산 등 유동성은 우려 수준
자금 부족으로 신약 개발 넘기지 않도록…개발비 확보·사업 재편 등 '윈윈' 구조
공개 2024-02-28 06:00:00
아들들이 어머니와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미약품(128940)그룹 오너 일가인 임종윤(한미약품 사장·코리그룹 회장)·종훈(한미헬스케어 대표) 형제가 한미사이언스(008930)를 상대로 제기한 제3자(OCI홀딩스) 배정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 이야기다. 한미약품그룹과 OCI(456040)그룹은 지난 1월12일 그룹 간 통합에 관한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룹간 통합은 제약업계를 떠나 산업계에서는 드문 일로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형제는 그룹 간 통합 발표 직후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통합을 주도한 어머니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들 형제는 그룹 간 통합에 필요한 한미사이언스의 제3자 배정 신주 발행 금지에 대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법원은 지난 21일 이에 대한 첫 심문기일을 시작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 ‘경영상 통합 목적의 타당성’, ‘신주발행 결정 전 경영권 분쟁 여부’ 등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약품)
 
먼저 한미사이언스가 제3자 배정 신주를 발행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할 만큼 재무상태가 안 좋은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재무상태를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보고서 연결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부채비율은 45.0%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자본총계(7872억원)도 자본금(350억원) 대비 크게 높아 당장 크게 위험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이익잉여금도 5072억원 쌓여 있다. 당장 자본잠식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자본금 확대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무상태 이외 현금 등 유동성 측면을 살펴보면 크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 연결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포함)은 29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대부분의 유동자산이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995억원), 재고자산(888억원) 등에 묶여 있는 상태다. 이에 유동비율도 73.4%에 불과하고, 재고자산을 제외한 당좌비율은 50% 이하(45.2%)를 기록하고 있다. 신사업을 시작하거나, 대규모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안정성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보유 현금 대비 당장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은 상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단기차입금은 1800억원 수준이다. 회사에 따르면 이후 단기차입금을 상환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1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연구개발(R&D) 투자 및 사업 다각화 등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290억원 수준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 쟁점인 ‘경영상 통합 목적의 타탕성’ 여부는 법원의 판단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신약 R&D 중심 기업과 소재·에너지 전문기업의 통합에 어떤 시너지가 있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통합을 통한 신약 개발 완주에 한미약품그룹 의지가 강하고, OCI그룹 산하 부광약품(003000)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전망이 나오는 분위기라 법원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실, 위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송 회장이 아들과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OCI홀딩스에 신주를 발행하는지다. 현재 법원 등은 경영권 방어 목적의 신주 발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양 측 모두 이를 증명하기 위해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권 분쟁 여부와 관련해서는 현재 송 회장 측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이번 그룹 통합 발표 이전에 형제와 어머니 사이에서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알려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형제 측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또한 밖으로 드러난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법원이 그대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임종윤 사장이 지난 2022년 3월 한미사이언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기자회견 등을 통해 한 번이라도 상황을 설명했으면 지금처럼 불리한 상황에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빅딜은 그 목적이 무엇이든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요구가 잘 맞았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OCI그룹은 제약업계에 관심이 높아 현재 부광약품 지분 11%를 보유하고 있지만, 제약업계를 잘 몰라 파이프라인 정리 등 사업 재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미약품그룹은 실제 그동안 자금 부족으로 신약 개발을 완료하지 못하고 기술이전에 머물렀던 경험이 많다. 가처분 소송은 법원이 잘 판단할 것이다. 다만, 이번 빅딜이 성사될 경우 좋은 물질을 개발하고도, 개발비 부족으로 기술이전을 반복하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용민 산업부장
 

최용민 하루하루 버티는 당신에게 힘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