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지주 증권사 출현 예고...우리금융의 명과 암
우리금융지주, 한국포스증권 인수 이사회서 검토
임종룡호 최대 과제 '비은행 육성'…M&A 후 우리종금과 합병
초기 적자 피하기 어려운 신생 증권사, 성공은 '의문'
공개 2024-02-14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의 증권업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6일 이사회에서 한국포스증권 인수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다음 날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올해 첫 이사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만큼 우리금융지주의 증권사 인수 계획은 보다 선명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의 계획과는 달리 경쟁이 치열해지는 증권업계에서 신생 증권사의 미래가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사진=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증권업 진출 시사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6일 열린 이사회에서 한국포스증권 인수 추진안을 설명했다. 한국포스증권은 지난 2013년 설립된 온라인 증권사로 한국증권금융이 지분의 51.68%를 소유하고 있다. 주로 온라인 펀드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별도 영업점은 없다.
 
우리금융지주는 작년부터 증권사 인수를 추진해왔다. 시장에서는 유진투자증권과 SK증권 등 중형 증권사들이 거론됐고 일부 언론보도에서 협상이 진행 단계라는 소식이 있었지만 실제로 의미있는 수준의 진전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 차원에서의 첫 논의로 우리금융지주의 증권사 인수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우리금융지주는 한국포스증권 인수를 비롯한 다양한 방면에서의 증권업 진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재무 담당 부사장(CFO)은 6일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최근 언론에 회자되는 증권도 잠재 매물 중 하나"라며 "해당 증권사는 온라인 펀드 판매 전문 회사로 우리금융의 자본 비율에 거의 영향이 없으며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수합병(M&A)은 과거와 동일한 입장으로 적정 자본비율 내 건전 경영,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 기업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놨다"며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잠재 매물이 검토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19일 본사에서 '2024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을 열고 그룹 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자 장사 이미지 벗어야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업 진출을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다. 임 회장은 은행업에 치중된 우리금융지주의 사업영역 확대 전략으로 증권업 진출을 택했고 다수의 공식석상에서 증권사 M&A를 통한 증권업 진출을 공언한 바 있다.
 
실제 우리금융지주에서 은행업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작년 3분기 기준 그룹 전체 순이익 2조4383억원 가운데 우리은행이 차지한 비중은 2조2898억원으로 전체 94%에 달한다. 은행을 제외한 우리카드가 1174억원, 우리금융캐피탈이 1091억원 수준으로 최근 고금리 이자 장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증권업 진출 첫 단계는 증권업 라이센스 확보다. 증권사에 대한 금융지주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가능한 만큼 우선적으로 라이센스를 확보하고 향후 우리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인 우리종금 합병 등의 방법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수도 있다. 
 
과거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2010년 4월 메리츠증권이 메리츠종금과 합병한 메리츠종금증권은 메리츠종금이 보유한 라이선스를 토대로 자금 운용을 할 수 있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합병 당시 자기자본 기준 13위에 불과했지만 합병 이후 메리츠금융그룹 차원의 지원과 협업의 영향으로 2023년 기준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지주도 산하 우리종금을 통한 증권업 확장을 준비 중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종금과 1대0.0624346의 비율로 주식교환을 진행해 우리종금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와 함께 앞서 2022년엔 우리종금에 대해 5000억원 규모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1조1000억원대로 키우기도 했다.
 
초기 자립기반 마련이 관건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업 진출로 종합 금융 그룹으로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성공적인 진출에는 의문이 든다.
 
카카오페이증권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20년 카카오페이는 신안그룹의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에 진출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설립 당시만 해도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국민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활용한 카카오페이증권 사용자 확대 전략은 키움증권과 같은 브로커리지 강자와 핀테크 선배 기업 토스증권을 긴장하게 했다.
 
하지만 설립 이후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카카오페이증권은 여전히 홀로서기가 쉽지 않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설립 이후 △2020년 68억원 △2021년 170억원 △ 2022년 480억원 등 연속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 1월25일 이승효 대표는 일신상의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사실 신생 증권사의 가장 큰 난관은 비용 문제다.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에도 신생 증권사로서 초기 투자 비용과 인력 확보 과정에서 매출보다 많은 영업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카카오페이증권 영업수익은 626억원인 반면, 영업비용으로 1100억원을 지출했다. 영업비용 중 가장 많은 부문을 차지하는 것은 판매관리비 명목으로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해에만 해당 명목으로 876억원을 사용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급여와 퇴직금, 복리후생비 등의 인건비가 385억원, 전산운영비가 184억원이다. 대부분 초기 시스템 구축과 인력 확충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으로 사실상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기까지는 시간과 비용이 계속 투입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증권업계에선 우리금융지주의 지원, 은행과 연계된 시장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경쟁 우위를 갖기에는 난항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는 이 같은 시장의 우려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향후 증권업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말을 아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증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나, 아직 해당 건이 확정되거나 구체화 되지 않은 관계로 답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