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기업 IPO 주관 NH투자증권, '통합형 IB' 역량 시험대
중앙그룹 핵심 콘텐츠 제작사 SLL중앙 IPO주관사로 NH 선정
DCM에서 ECM으로 이어진 NH특유 통합 IB의 성과
깐깐해진 IPO 규제…"사업특성 고려해 벨류에이션 전략 짤 것"
공개 2024-02-05 06:00:00
ㅊ[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중앙그룹의 콘텐츠 제작사 SLL은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NH투자증권(005940)을 선정했다. SLL은 중앙그룹의 드라마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뽑힌다. 하지만 연이은 흥행 성공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시장에서 전망된 기업가치 1조원에는 의구심이 든다. 앞서 NH투자증권은 반도체 설계회사 파두(440110)를 상장하며 IPO 책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다시 한번 적자기업의 상장 주관사로 선정된 만큼 NH투자증권의 IPO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스튜디오 SLL 임직원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중앙그룹)
 
SLL중앙, IPO 본격화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앙그룹의 콘텐츠 제작사 SLL중앙은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을 마쳤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공동 주관사로는 신한투자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SLL중앙은 지난해 9월 IPO를 위한 입찰요청제안서(RFP)를 배포했고 유력 증권사들이 PT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는 SLL중앙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해 신뢰를 쌓은 NH투자증권이 거론됐고 시장의 예상대로 NH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SLL중앙은 중앙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드라마 제작과 연예 매니지먼트, 음반 유통 사업 등을 맡은 국내 대표 스튜디오다. 앞서 중앙그룹은 지난 한해 주력 계열사인 중앙일보와 JTBC 부진이 이어지면서 대대적인 감원을 진행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SLL중앙의 상장은 상장을 통한 자금확보 차원으로 해석된다.
 
실제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는 회사채 발행과 신종자본 증권 발행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금 마련에 나섰다. SLL중앙의 모회사 콘텐트리중앙(036420)은 메가박스중앙이 2021년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800억원, 2022년 12월 발행한 회사채 300억원 등에 자금보충 및 조건부 채무인수 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같은해 12월에는 중앙그룹 계열사 중앙프라퍼티가 메가박스중앙이 보유한 중앙멀티플렉스개발 지분 50%를 502억 원에 매입해 현금을 지원했었다. 
 
(사진=NH투자증권)
  
DCM·ECM '통합 IB'로 선순환 
 
SLL중앙 IPO의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았다. 앞서 현금 조달이 급했던 SLL 중앙의 회사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가 인정됐다. NH투자증권은 작년 9월 75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성공시킨 데 이어 올해에도 74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주관했다.
 
이번 딜은 NH투자증권이 추구하는 채권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아우르는 통합형 투자은행(IB)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시장에서 난색을 표한 신용등급 BBB급 SLL중앙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며 신뢰를 쌓았다.그리고 DCM에서 시작된 관계를 IPO까지 넓히는 선순환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에서는 SLL중앙의 몸값으로 1조원에서 2조원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상장에 앞서 진행된 증권사별 PT에서도 SLL중앙의 기업가치는 1조원에서 최대 2조원까지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단위 몸값 딜 주관에 기대가 높아진 NH투자증권이지만 한편으로는 적자가 계속되는 SLL중앙을 시장에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실제 연이은 흥행 성공으로 K콘텐츠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SLL중앙이지만 실제 지표상 성과는 의문이 남는다. SLL중앙의 지난 3분기 누적으로는 8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서 16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7%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62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결국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적자 이유는 콘텐츠 흥행 수익이 실적에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 SLL중앙이 올해 9월 발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SLL중앙의 누적 콘텐츠 매출은 2433억원이지만 산하 제작 스튜디오로 지불한 콘텐츠사용료 및 저작권료는 23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깐깐해진 IPO 규제…기업가치 평가 '숙제'
 
SLL중앙의 콘텐츠 제작은 산하 스튜디오에서 맡아 진행된다. 대부분의 제작 스튜디오는 소규모 비상장사로 콘텐츠 제작에 사용된 비용이나 자산과 부채 내역 정보가 불문명하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IPO 예비 기업에 대한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규제안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 기업의 공시 역량 제고를 위해 투자위험요소 기재요령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IPO기업의 최근 재무정보 공시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우선 IPO 기업들은 감사받은 최근 분기 다음 달부터 증권신고서 최초 제출일 직전 월까지의 매월 잠정 매출액과 영업손익을 투자위험요소에 기재해야 한다. 또한 잠정실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향후 확정 실적과의 차이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의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증권신고서 최초 제출 이후 상장 전까지 회사의 재무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업환경 변동 전망에 대해서도 적어야 한다.
 
한번 제출한 뒤에도 실적 갱신이 필요하다. 효력발생일이 최초 제출일 다음달에 도래하는 경우엔 효력발생일 전월의 잠정실적을 추가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NH투자증권은 SLL중앙의 경우 콘텐츠 제작사라는 사업적 특성상 기업 가치 평가에 있어서는 여러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는 입장이다. 추후 SLL중앙의 사업 확대 궤도 시점과 향방에 따라 그에 맞는 벨류에이션 전략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SLL중앙이 현재로서는 적자가 맞지만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적 특성상 무형자산상각비에 의한 적자로 봐야 한다"라며 "다만 현재는 IPO 주관 초기로 향후 기업의 실적 상승과 흑자 전환 시기를 고려해 벨류에이션 측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