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산 넘어 산…부동산금융 시험대 또 올라
김성환 대표 취임 후 첫 경영전략회의 개최
부동산 리스크 속 리스크 관리·실적 개선 성공
오는 3월 만기 태영건설 합작 펀드 첫 과제
공개 2024-02-02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신임 대표 취임 이후 첫 경영전략회의를 가졌다. 새로 한국투자증권의 지휘봉을 맡은 김성환 대표는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 금융을 이끈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하지만 그간 회사의 성장 발판으로 삼은 부동산금융은 뜻밖에 찾아온 고금리 환경 속 한국투자증권이 넘어야 할 과제가 됐다.   
 
(사진=한국투자증권)
 
토크콘서트로 새해 경영전략 구상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27일과 28일 양일에 걸쳐 부서장급 이상 임직원 200여 명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경영전략회의는 김성환 대표 취임 후 처음이다. 지난 주 본부별 사업계획 수립이 완료됐고 해당 행사에서 조직 전체에 공유 후 내부 논의를 거쳐 최종 방향이 결정된다.
 
이번 회의는 무거운 분위기가 아닌 전 직원이 참여하는 토크 콘서트 형태로 진행됐다. 직원들이 신임 대표와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의견을 교환했고 사업부문별 화두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갔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선 이번 한국투자증권의 경영전략회의 핵심 화두는 글로벌화와 디지털화를 비롯한 사업역량 확대, 리스크 관리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지난 2일 공개된 김 대표의 신년사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투자기회를 발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해 우수한 상품과 딜을 적극적으로 런칭하고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겠다"라며 "이를 통해 타사와 완전히 차별화되는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의 글로벌사업은 작년 말 이미 구체화됐다. 지난해 완료된 조직개편에선 글로벌사업그룹이 신설됐다. 이어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행한 20억달러 글로벌본드 발행에도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주관사로 참여했고 지난 16일엔 몽골 주택금융기관(MIK)의 2억2500만달러(약 2925억원) 규모 글로벌본드 발행을 주관하기도 했다.
 
디지털화에서도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은 관련 부문 경력 공채를 진행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플랫폼 구축과 정보보호, 증권 업무 관련 원장 개발 등을 담당할 인재를 채용하면서 이전 직장의 20% 내외 연봉 상승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IB강자 한투, 부동산 금융 시험대 올라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은 1988년 설립된 한신증권이다. 이후 동원그룹이 한신증권을 인수해 동원증권이 되었고 2002년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구 현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동원파이낸스를 설립하고 지주 회사 인가를 받아 동원금융지주를 출범하면서 사세를 확대해왔다.
 
업계에선 한국투자증권은 곧 한국 증권업계 투자은행(IB) 성장의 역사와 함께한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미진했던 시절, 적극적으로 IPO를 이끌어내 시장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당시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금융권으로 양성화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사진=한국투자증권)
 
특히 김성환 대표는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 금융을 이끈 주역이다. 국내 최초로 부동산 PF를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도입한 것도, IB그룹장 취임 첫해 한국투자증권에 2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안긴 것도 바로 김 대표다.
 
하지만 부동산 PF는 한국투자증권의 시험대가 됐다. 지난 상반기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위험익스포저 규모는 약 24조4277억원에 자기자본 대비 위험익스포저 비율은 301.5%를 기록,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중 기업대출과 우발부채 잔액 약 9조8000억원 중 부동산 익스포저는 4조3000억원으로 약 4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익스포저 중 매입확약에서 지방 사업장에 대한 매입확약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부담으로 이어졌다.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2분기 기준 사모사채 인수확약과 대출채권 매입확약을 비롯한 지급보증 규모는 총 5조8036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1716억원 대비 1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189건, 2조3378억원이 올 상반기까지 만기로 이 가운데 부동산 PF 지급보증은 149건, 1조2924억원에 달한다. 
 
리스크 속 실적 선방…올해 첫 과제는?  
 
하지만 부동산 리스크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하반기 리스크 관리와 실적 선방을 동시에 이뤄냈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2006억 원, 순이익 192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132.9%, 순이익은 112.3%가량 증가한 수치로 다소 부진했던 부동산 금융대신 전통 IB부문이 견조한 이익을 내며 실적방어를 이끌었다. 
 
하반기 실적이 값진 이유는 충담금 리스크를 짊어지고 얻어낸 성과라는 점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 리스크가 커지던 지난해 2분기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최고 수준인 1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해 시장을 놀라게 한 바 있다. 
 
하지만 당장 올해 한국투자증권은 또 다시 부동산 금융에서의 첫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과 태영건설이 지난해 3월 공동 조성한 2800억원 규모의 펀드 만기일이 3월6일 도래한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해당 펀드에 2000억원을 투입했고 태영건설(009410)이 800억원을 투입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이 소유한 경주시 소재 27홀 규모 골프장인 루나엑스CC를 담보로 요구했다.
 
펀드 조성 당시 루나엑스CC의 담보 설정금액은 2014억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골프장 가격의 하락 추세와 더불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은 펀드의 차환과 연장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졌다. 다만 현재로서는 장부상 출자 금액보다 높은 액수의 담보가 마련된 상태고 지난해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에 필요한 충당금 설정을 진행한 만큼 조심스럽게 시장의 향방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태영건설 건의 경우 담보를 잡아 놓은 상태고 현재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라며 "다만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전환과 리서치 센터의 역량강화 등 사업 영량 확대가 논의되는 만큼 새해에도 수익성 회복과 리스크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