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지원' 시작된 신세계건설…미분양 해소 '관건'
미분양 사업장 대손충당금 500억원 달해
이마트 실적 '동반 악화'…신세계그룹 자금 지원 본격화
'PF 리스크' 낮지만, 미분양 해소 안 되면 손실 지속
공개 2024-01-25 06:00:00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신세계그룹 계열사 지원으로 올해 상반기 차환 리스크에서 벗어난 신세계건설(034300)의 다음 과제로 미분양 사업장 정리가 꼽힌다. 대구지역에 쏠린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영업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분양 적체로 인한 영업실적 저하는 재무건전성 추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모회사인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신세계그룹의 추가 지원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
 
신세계건설이 지난해 8월 준공한 '빌리브 헤리티지' 조감도.(사진=신세계건설)
 
영업손실 900억원…주범은 ‘대구 미분양’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매출 1조1600억원, 영업손실 9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9949억원)은 1600억원가량 증가했지만, 13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적자전환했다. 이 기간 99.2%에 달한 매출원가율의 영향도 있지만, 대구지역 3곳의 미분양 사업장에서 발생한 손실 규모가 더욱 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구 수성4가 공동주택(빌리브 헤리티지), 칠성동 주상복합(빌리브 루센트), 본동3 주상복합(빌리브 라디체) 등 사업장에서 공사미수금(미청구공사 포함) 1017억원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457억원이 대손충당금으로 반영됐다. 부산 명지지구 아파텔(빌리브 듀클래스)에서도 공사미수금 221억원과 대손충당금 24억원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들 사업장의 분양률이다. 대구지역 이들 3개 사업장의 총 도급액은 3300억원에 달하지만, 분양률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0%대에 머물고 있다. 향후 분양률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추가 대손 인식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후분양 단지인 ‘빌리브 헤리티지’의 경우 지난해 8월 준공 이후 5개월여가 지났음에도 저조한 분양률을 기록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 사업 시행사가 지난해 12월28일 약 1400억원에 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서 대주단 주관사인 메리츠증권이 미분양 가구에 대한 공매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신탁을 맡은 교보자산신탁은 ‘빌리브 헤리티지’ 121가구를 공개경쟁 방식으로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빌리브 헤리티지’의 경우 단순 도급 공사이고, 수분양자 중도금 대출 300억원과 소규모 연대보증이 포함된 사업”이라며 “향후 공매 절차에 따라 공사미수금 회수 등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우발채무 총액 2조4115억원 가운데 연대보증, 채무인수, 자금보충 등을 포함한 PF 보증액은 약 1000억원 수준으로 자기자본(2009억원) 대비 과중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대손충당금 발생은 위험 요소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위기감이 더해진 건설업계의 PF 보증 리스크에서는 한 발 물러나 있지만, 시공 사업장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대손충당금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건설부문 내 계열·공공 발주 물량을 제외한 민간공사 매출 비중이 60~70% 수준으로 증가한 신세계건설은 지방 사업장의 분양실적 부진으로 인한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라며 “지방 주택 분양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기존 미분양 사업장과 관련해 추가적인 영업실적과 재무적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회사 부담 직결되는 영업·재무 부진…그룹 추가 지원 불가피
 
신세계건설의 영업실적과 재무건전성 동반 악화는 모회사인 이마트에게도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건설의 부진이 이마트에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22일 이마트의 목표주가를 기존 11만5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8.7% 하향하며 신세계건설 리스크를 언급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 관련 리스크가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은 아쉽지만, 시장에서 우려했던 이마트의 직접적인 지원이 없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IBK투자증권 역시 이날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신세계건설의 부실 우려를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실제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지분 42.7%를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139480)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 77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별도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4.9% 증가한 11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신세계그룹 ‘핵심 계열사’ 이마트의 실적에도 악영향이 본격화하자 그룹의 자금 지원도 시작됐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19일 2000억원 규모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금융기관이 1400억원을, 이마트의 자회사인 신세계아이앤씨가 600억원을 각각 매입하는 구조다. 신세계건설이 시공 중인 사업장 공사대금입금계좌의 예금반환채권 신탁을 담보로 자금을 빌린 셈이다.
 
또한 지난해 11월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으로 다음달 중 약 650억원의 자금 확충까지 예정되며 상반기 만기 도래 예정인 2000억원 규모 보증채무는 무사히 상환할 수 있게 됐다.
 
신세계건설 측은 당시 ”그룹 차원에서 신세계건설의 재무 구조 안정화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필요시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 등 다각적 지원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라며 향후 신세계그룹의 추가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향후 대구 지역 미분양 문제를 적극 해결하지 못하면 추가 지원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1월 신세계(004170), 이마트 등 계열사들의 지원 가능성까지 반영해 신세계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한 바 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권성중 IB토마토 권성중 기자입니다. 어려운 사실도 쉽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