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엘, 자금난 속 지속 경영 '빨간불'…R&D 강화도 숙제
4개월간 114억원 규모 풋옵션 발동…주식 및 손자회사 처분 대응
자금난 속 임상 진입 브레이크 지속…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선회
코로나19치료제 임상 자진 중단…범용성 폐렴치료제 전환 계획
공개 2024-01-09 06:00:00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비엘(142760)이 지난해 전환사채(CB)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대거 행사되면서 유동성 제고가 시급한 모습이다. 주식처분과 CB 발행 등으로 자금조달을 받아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유동성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비엘은 자금난으로 인해 파이프라인 대부분이 임상 단계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고, 개발 중인 코로나 치료제(BLS-H01)를 범용성 폐렴 치료제로 전환하는데 개발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비엘 홈페이지)
 
잇단 풋옵션에 유동성 악화 지속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엘은 지난해 4분기부터 총 114억원 규모의 CB 풋옵션이 행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8회차 CB로 50억원, 9회차 CB로 64억원이 상환됐다. 현재 남은 CB 잔액은 9회차에 대한 1억5000만원뿐이지만 이번 풋옵션 행사로 유동성이 빠르게 악화됐다.
 
비엘의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160억원이다. 4분기에 발생한 풋옵션 행사 금액을 단순 계산하면 46억원 수준까지 현금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엘은 지난해 4분기부터 꾸준히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활발한 연구개발(R&D)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선 부족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실제 비엘은 지난달 보유하고 있던 타기업 주식 9만7000주를 처분하면서 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같은 기간 자회사인 비엘팜텍(065170)을 통해 손자회사 비엘헬스케어 매각도 단행했다. 비엘팜텍의 지분(24.6%)이 반영된 74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으며, 이어 지난 4일에는 20억원 규모의 제10회차 CB도 발행했다. 이를 통해 현재 유동성 자금은 240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비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바이오 산업 경제 자체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바이오사들이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며 "그래서 계열사를 팔았고, 이 자금으로 경영에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치료제를 폐렴치료제로 전환…선택과 집중 전략
 
자금난 속에서 비엘은 R&D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치료제에 집중하면서 이외 파이프라인의 임상은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엘은 현재 주력하고 있던 코로나19 치료제를 범용성 폐렴치료제로 전환해 이어나갈 계획이다.
 
 
비엘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자궁경부상피이형증 치료제 및 코로나19치료제(BLS-H01), 자궁경부전암 치료제(BLS-M07), 뒤센 근디스트로피 치료제(BLS-M22), 백신 아쥬반트(BLS-H03) 등 총 4개로 꼽힌다. 이 가운데 새로운 임상 단계 진입을 위한 IND승인이 완료된 파이프라인이 존재하지만 팬데믹 이후로 코로나19치료제에 집중하면서 이외 파이프라인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BLS-H01은 자궁경부상피이형과 코로나19에 대한 적응증을 보유한 파이프라인이다. 자궁경부상피이형 적응증은 임상 2b상을 완료하고 2019년에 임상 3상에 대한 IND승인을 받았지만 여전히 임상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BLS-M07도 지난 2022년에 임상 2/3상 IND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임상에 진입하지 못했다. BLS-M22는 임상 1상을 완료한 후 지난해 임상 2상에 대한 IND 신청을 계획했지만, 올해까지도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비엘 측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임상 3상의 경우 연구개발을 위해서 억대의 비용이 사용된다"라며 "다국적 기업과 손을 잡고 진행해야 하는데 2019년에 팬데믹으로 인해 우선 순위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엘은 지난 2일 코로나19 치료제(BLS-H01)의 제 2상 임상시험을 자진 중단했다. 지난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유형성과 안전성 평가를 위한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그러나 엔데믹에 접어들어 코로나19 환자를 모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진 중단을 했다.
 
비엘 측은 다른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을 시작하기보단 코로나19 치료제를 범용성 폐렴 치료제로 전환해 연구개발을 가속화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치료제에 사용된 물질인 폴리감마글루탐산이 폐렴치료제에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엔데믹으로 대중의 관심사가 바뀌고 있어 코로나19치료제 임상을 중단했다"라며 "폐질환 쪽은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범용성 폐렴 치료제로 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비엘의 특허 물질인 폴리감마글루탐산을 활용한 필러 시제품이 개발이 완료됐다. 플리감마글루탐산은 신약개발에 사용하는 면역증진 생리 활성물질로 화장품 등 건강식품 원료로 사용된다. 이에 판매가 시작된다면 실적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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