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2024)격변하는 유통 생태계…디지털 전환 속 양극화 심화
이커머스 시장 성장 속 쿠팡·네이버 중심 양강 구도 심화
무산된 11번가 매각, 내년에도 새 주인 찾기 '난항' 전망
서초구 대형마트 휴무일 평일 전환…의무휴업 폐지론 재점화
공개 2024-01-02 06:00:00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유통 생태계마저 급변하면서 유통가는 격동의 시대를 맞이했다. 새해에도 디지털 전환 물결은 지속될 예정이다. 특히 온라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쿠팡의 독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쿠팡·네이버(NAVER(035420))를 제외한 이커머스 기업 간 양극화는 심화될 전망이다. 이커머스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은 위축되면서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향후에는 서울 전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쿠팡 본사. (사진=뉴시스)
 
'파죽지세' 쿠팡, 새해에 고성장세 이어갈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유통가 판도가 크게 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마트(139480)·롯데·쿠팡으로 이어지던 업계 순위가 쿠팡·이마트·롯데 순으로 변경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가격경쟁력을 강점으로 보유한 중국의 3대 쇼핑몰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가성비 중심 쿠팡의 적수가 등장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쿠팡의 독주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쿠팡이 국내 유통 공룡과 비슷한 수준에 선 만큼, 해외 기업이 쿠팡에 위협이 될 만큼 시장을 점유하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고성장하던 쿠팡의 성장률은 이전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1년 5월 25%를 기록하던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전년동월대비 증감률은 하반기 들어 전반적인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올해 9월에는 9.6%로 하락했다. 이 같은 이커머스 시장의 정체는 지난해 업계 점유율 24.5%를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는 쿠팡의 성장세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26.22%를 기록한 쿠팡의 매출 성장률이 올해 3분기 10%대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가운데 쿠팡의 객수 성장이 이미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활성고객수는 지난해 2분기 1788만명에서 올해 2분기 1971만명으로 약 180만명이 증가했다. 올해 3분기 쿠팡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 수가 2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생산연령인구(15~64세) 3667만5233명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치다. 향후 인구수가 지속 감소하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더 이상의 객수 성장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향후 쿠팡에게 남은 것은 객단가 성장뿐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쿠팡은 최근 미국의 최대 명품 의류 플랫폼 ‘파페치’를 6500억원에 인수하면서 럭셔리 패션 카테고리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던 쿠팡인 만큼 고급브랜드가 입점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쿠팡이 명품 카테고리를 강화하며 새해에는 고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사진=11번가)
 
11번가 매각 수순…새 주인 찾을 수 있을까 
 
강제 매각 수순을 밟게 된 11번가가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유통업계 관심사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인해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구도가 이어지면서 이들을 제외한 이커머스기업의 성장은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이커머스업계는 쿠팡(24.5%)과 네이버(23.3%)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어 G마켓·옥션·SSG닷컴이 10.1%, 11번가 7%, 카카오(035720) 5%, 롯데온 4.9% 순으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연말에는 업계 내 점유율 4위를 기록하고 있는 11번가의 매각 이슈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G마켓·옥션·SSG닷컴의 점유율이 3개 이커머스 기업을 합친 수치라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업계 내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업계 내 상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11번가는 모기업인 SK스퀘어(402340)가 재무적 투자자(FI) 나인홀딩스컨소시엄 보유 지분 18.18%에 대해 사들이는 방식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강제매각 수순을 밟게 됐다.
 
한때 3조원 안팎이던 11번가의 기업 가치는 현재 1조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기업 가치 하락은 양강 구도 속에서 이커머스 기업의 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에도 쿠팡과 네이버 등을 중심으로 플랫폼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11번가의 새 주인 찾기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유통시장의 성장이 정체기에 들어선 가운데 일부 기업으로 양극화된 환경을 고려 시 제값을 쳐 줄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큐텐 등이 11번가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SK스퀘어와 협상 과정에서 지분 교환 비율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폐지 논의 재점화될까
 
이커머스 기업의 성장 속에서 오프라인 시장 위축은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온라인 쇼핑동향'을 살펴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17조9709억원에서 올해 20조905억원으로 11.79% 증가했다. 전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이 차지하는 거래액도 24.4%에서 26.8%로 확대됐다. 반면 온라인을 제외한 소매판매액은 36조176억원에서 33조7819억원으로 6.21% 급감했다.
 
이처럼 오프라인 시장이 위축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한 논의도 재점화되고 있다. 의무휴업은 지난 2012년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유통산업 발전법'에 따라 적용돼 왔다. 새벽시간(자정~오전 10시) 영업금지 제한과 매달 이틀간 의무휴업이 골자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있어, 대형마트는 새벽과 매달 두 번의 일요일에는 문을 열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쇼핑의 지형도가 변화하면서 '대형마트'만 규제하는 것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 서초구가 이르면 1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 예정이란 소식이 들리면서 이 같은 흐름이 서울 지역 전반으로 확대되길 바라는 업계 내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초구 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바뀌게 되면 이는 서울 자치구 첫 사례가 된다. 서초에 이어 중구·광진구·중랑구·성북구·도봉구·은평구 등 다른 자치구도 분위기를 주시하는 모습이다. 앞서 대구와 충북 청주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바 있다. 
 
KB증권이 지난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의무휴업 폐지가 현실화될 경우 1위 사업자 기준 연간 최대 총매출액은 9600억원, 매출총이익은 2400억원, 영업이익은 2000억원 내외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3위 사업자 기준으로 총매출액은 3800억원, 영업이익은 500억원 내외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다. 지난 2021년 대통령실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10건의 우수 국민제안을 선정한 바 있는 만큼, 마트 휴무일이 주말에서 변경 또는 폐지 여부와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한 유통기업들이 실적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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