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틸, 잉여금 두고 자본금 전환해 '배당'…최대주주 특혜 의혹
이익잉여금 3천억원 넘는데 자본잉여금 전환해 '눈길'
향후 해외 투자금 마련 분석…일각서 비과세 배당 등 관심
박효정 대표 지분 절반 이상 보유…승계자금 마련 분석도
공개 2023-12-12 06:00:00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강관제조사 넥스틸(092790)이 3천억원이 넘는 이익잉여금 규모에도 불구하고, 자본잉여금을 전환해 배당을 실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3분기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자본잉여금까지 끌고 와 배당 재원으로 삼을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3천억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투자 재원으로 삼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자본잉여금 전환 등으로 배당에 대한 비과세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한 박효정 대표에 대한 특혜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넥스틸 포항공장 전경(사진=넥스틸)
 
자본잉여금 배당, 투자 재원 확보 차원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넥스틸은 이번 3분기 누적 매출 4799억원, 당기순이익 107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매출 4926억원, 당기순이익 1154억원)에 비해 각각 2.6%, 7% 감소한 수치다. 3분기만 놓고보면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넥스틸의 3분기 당기순손실은 2364만원이다. 동종업계 경쟁사들이 업황 악화에도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동시에 넥스틸은 지난 6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 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배당의 원천인 당기순이익이 3분기 적자가 났지만, 누적 수치는 배당에 무리가 없다는 점에서 자본잉여금을 배당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3분기 넥스틸의 자본잉여금은 743억원이다. 이를 위해 넥스틸이 자본잉여금을 전환해 확보한 배당가능이익은 572억원이다. 총 이익잉여금은 3335억원에서 3907억원으로 늘어난다.
 
 
누적 이익잉여금이 3천억원이 넘는 상황이라 넥스틸의 배당은 자체적인 이익잉여금으로 해결해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넥스틸은 배당금으로 130억원을 지출했는데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의 11%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넥스틸이 비교적 넉넉한 배당여력에도 불구하고 자본잉여금을 끌어와 배당에 나서는 이유로 향후 투자 계획을 꼽고 있다. 넥스틸의 북미 매출 의존도는 75%에 달해 북미 시장 상황에 따라 매출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실제 북미 강관 시장은 올해 초 수요 강세를 보였지만, 지속적으로 급감하고 있다. 유정용 강관 가격은 올해 초 톤당 4500달러에서 현재 2천달러 수준으로 내렸다.
 
이에 넥스틸은 앞으로 중동, 베트남 등 새로운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매출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여기에는 현지 판매 법인 설립 및 현지 생산 공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투자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지만, 현재 진행중인 해상풍력용 강관 투자 규모(400억원)을 견줘봤을 때 수백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넥스틸은 투자에 앞서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3분기 매출이 줄었지만, 반대로 급여 지급액은 늘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넥스틸의 올해 3분기 누적 급여지급액은 1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8억원) 34.7% 늘었다.
 
넥스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매출 다각화를 위한 투자가 진행중"이라며 "풍력 하부구조물 롤밴드 설비가 2025년부터 가동 예정이고 26인치 용접강관 설비도 투자 후 가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재원에 관해서는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 외에 영업 등으로 마련한 재원을 함께 사용할 예정"이라 설명했다.
 
주주가치 제고 선택지 약화
 
다만, 업계에서는 넥스틸이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면서 향후 주주가치 제고 여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배당 재원인 이익잉여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굳이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자본잉여금 전환으로 넥스틸의 자본잉여금은 743억원에서 171억원으로 줄어든다. 자본잉여금이 줄면 향후 무상증자 등 다른 주주가치 제고책 선택지 하나를 약화시키게 된다. 무상증자는 자본잉여금을 자본금에 전입해 그 금액만큼 기존 주식수에 비례해 무상으로 신주를 지급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유통주식 수를 늘려 거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이에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책이 주주환원책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주 입장에서 배당은 배당 여부를 직접 결정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보다 다양한 주주가치 재고책을 보유하고 있어야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다른 선택지인 자사주 매입 등은 현재 최대주주인 박효정 대표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스틸 지분이 61%에 달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
 
한편, 배당확대를 통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넥스틸의 최대주주는 박효정 대표로 올해 3분기 54.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본잉여금을 배당금으로 지급할 경우 원천징수가 없기 때문에 세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온전한 배당 수익을 누릴 수 있다.
 
넥스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배당 재원은 마련했지만 향후 배당금을 어떻게 분배할지는 현재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현재 배당 외에 다른 주주환원책은 전달된 바 없다"라고 밝혔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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