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나라, 빚 폭탄 속 신용등급 추락 위기
지난해 이자보상배율 1미만…2년 연속 잠재적 '부실기업'
업황악화와 차입금 규모 확대에 신용등급 하향요인 충족
생활용품 등으로 포트폴리오 이원화했지만 점유율은 하락
공개 2023-12-11 06:00:00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백판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투자 부담이 확대되면서 깨끗한나라(004540)의 차입금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역시 한국기업평가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기준인 7배를 훌쩍 넘어섰다. 백판지 공급과잉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년까지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경우 신용등급이 하향될 가능성도 대두된다. 이 가운데 오는 2025년까지 약 700억원을 투입해 소각로 교체 등 설비투자가 예정된 만큼 단기간 내 재무지표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사채 등 총차입금 규모 3천억 기록하며 재무부담 심화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깨끗한나라의 올해 3분기 장·단기차입금 규모는 97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동기(713억원) 대비 37.17% 증가한 수치다. 사채 등을 포함한 총차입금은 3분기 말 302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196억원) 대비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1년 내 상환을 완료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554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절반에 달했다. 대부분 운영자금과 채권유동화 등을 목적으로 차입됐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사채는 약 700억원 규모로, 금리는 최소 2.21%에서 최대 6.9% 사이로 책정됐다. 지난해 상환을 완료한 사채 규모가 금리 2.02~3.90%대에 650억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에 이자비용은 2021년 72억원, 2022년 89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올해 3분기에는 101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동기(62억원) 대비로도 62.9% 급증했다.
 
이자비용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은 1 미만 0.42배까지 떨어졌다. 3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일 경우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잠재적인 '부실기업'으로 분류된다. 올해 3분기 들어 깨끗한나라는 누적 영업이익에서 166억원 손실을 기록하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EBITDA 대비 순차입금 19.8배 기록…신용등급 하락?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 역시 연결기준으로 19.8배를 초과하고 있다. 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현금창출력에 비해 순차입금이 몇 배 정도인지를 수치화한 것으로 기업이 순차입금을 줄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현금창출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한국기업평가는 해당지표가 7배를 초과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앞서 한기평 측은 깨끗한나라의 수익구조 개선은 물론 자본완충력을 확보하는 것이 재무안정성의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해 부채비율 200% 이상, 상각전영업이익 마진(EBITDA Margin) 6% 이하를 하향조정 기준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백판지시장의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큰 규모의 자본적지출(CAPEX)부담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차입부담 감당 여부도 중요해졌다는 판단 하에 8월 신용등급 하향 기준을 변경했다. 바뀐 변동 기준에서도 하향 조정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한기평이 제시했던 하향 기준 역시 충족하고 있는 상황이다. 3분기 말 깨끗한나라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96.7%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5.8%포인트 늘어난 수준이지만, 별도 기준으로는 이미 200%를 상회하고 있다. EBITDA마진 역시 연결과 별도 각각 6%보다 낮은 2.6%, 2.1%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기평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깨끗한나라는 현재 하향변동요인을 충족하고 있지만 최근 백판지 시장 업황 악화로 인한 영향을 간과할 수 없어 신중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다"라며 "내년에는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나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하향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오는 2025년까지 폐합성소각로 신설 등을 목적으로 한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각로 신설에 들어갈 비용은 약 7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지난 2021년9월부터 TOC저감설비가 진행중이며, 이달까지 화장지 3·4호기 터보블로워 설치 공사가 진행된다. 지난 7월 완료된 폐합성소각로 2호기 굴뚝자동측정기 투자까지 합치면 2021년부터 총 62억원의 비용이 지출됐다.
 
이에 깨끗한나라는 최근 생활용품 확대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 이원화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생활용품 등을 담당하는 HL사업부의 매출액은 3분기 기준 193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890억원)대비 2.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깨끗한나라는 친환경 신사업 확대와 생활용품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실적을 향상시키고 유동성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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