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정영채는 떠나도 정영채 사단은 남는다
금융위 문책 경고 결정으로 3년간 금융권 재취업 제한
IB 부문 실적으로 그룹 차원의 높은 신뢰 받았던 정 대표
시장선 차기 대표 후보군도 정 대표 유산이라고 평가
공개 2023-12-07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NH투자증권(005940)의 정영채 대표이사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아 NH투자증권 리더십에 빨간 불이 켜졌다. 앞서 정 대표는 임기 중 4연속 최대 순이익 달성으로 사내 최초 3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임기 만료를 불과 3개월여 남겨 둔 시점에서 내려진 징계 처분으로 연임은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증권업계선 정 대표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정영채 사단이 NH투자증권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펀드환매 사태에 발목 잡힌 IB 전설 정영채 대표
 
(사진=NH투자증권)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NH투자증권의 리더십 공백 위기가 발생했다. NH투자증권은 금융위 결정에 대해 향후 대응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 대해 '문책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같은 날 KB증권의 박정림 대표가 받은 '직무정지'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위이나 금융권 취업 제한이 각각 3년이라는 점에서 연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에 해당한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향후 증권사 사장 연임이 불가능해지고, 금융권 재취업도 제한된다.
 
제재 수위에 대해 행정소송을 통해 최종 결정 효력을 미룬 후 연임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지만 정 대표의 임기가 돌아오는 2024년 3월까지인 상황에서 중징계 인사를 다시 연임시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2022년 3월 기업금융(IB) 부문에서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 NH투자증권 역사상 최초로 3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년으로 당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선 대표이사 후보로 정영채 사장을 단독 추대했다.
 
사의 표명에도 지주사가 연임시킨 CEO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뉴시스)
 
정영채 대표는 NH투자증권의 IB 부문을 업계 최상위권으로 키운 IB업계의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다. 2018년 취임 이후 2021년까지 매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고, 통상적으로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CEO 임기가 1년씩 연장되는 관례와 달리 3연임 동안 2년씩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농협금융지주 차원에서의 신임도 두터워 3연임이 결정되기 전 정 대표는 사의를 밝혔으나 지주사 차원의 추대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13일 정 대표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연임 배경에 대한 질문에 "작년에 사의를 표했지만 농협중앙회장이 연임을 시켰다"라며 "연임의 이유는 채권 회수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게 주요 목적 중 하나라고 이해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대표에 대한 중징계 결정을 두고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라는 분위기다. 다만 현재 업계에서 정 대표만한 IB업계 실력자가 드물 뿐만 아니라 대체할 적임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실 취업 제한이 결정돼도 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정 대표를 모시고자 하는 회사는 충분히 많다"라며 "실제 NH투자증권이 작년 채권위기와 증시 불황에서도 큰 위기 없이 무난하게 지나간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괄목상대할 만한 수준으로 IB조직을 키웠는데 판매사 대표로서 책임을 짊어지게 된 정영채 대표가 참 안타깝게 됐다"라며 "NH투자증권 입장에서도 마음같아선 붙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IB의 핵심 정영채 사단
 
정영채 대표는 증권업계 대표적인 '대우맨'으로 꼽힌다. '대우맨'이란 대우그룹의 대우증권에서 증권업 커리어를 시작한 인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대우맨들은 지금의 미래에셋증권으로 합병된 이후로도 존재감을 과시하며 국내 증권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뿐만 아니라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대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도 대우증권에서 증권업 커리어를 시작했다.
 
정 대표은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하면서 IB업무를 시작했다. 자금부장과 IB부장, IB 담당 상무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하지만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2000년 대우증권 대주주가 바뀐 뒤 대우증권을 떠나 당시 우리투자증권(현재 NH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NH투자증권에서 IB사업부 대표를 시작으로 13년간 NH투자증권을 진두지휘하며 국내 IB 선두주자로 육성해 왔다.
 
업계에선 대우맨 특유의 네트워킹 능력과 조직장악력이 회자되곤 한다. 대우맨 또는 이들과 오랜 기간 같이 일해온 인원은 대우맨 특유의 특성을 발휘해 나간다는 평가다. 그래서 정 대표가 설사 NH투자증권을 떠나더라도 NH투자증권에는 이른바 '정영채 사단'으로 꼽히는 IB맨들이 NH투자증권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표적인 정영채 사단으론 윤병운 부사장과 최승호 부사장이 있다.
 
윤 부사장은 IB1사업부 대표 맡고 있다. IB1사업부는 하우스의 커버리지 조직으로 국내 채권발행시장(DCM)에서 KB증권과 함께 1위를 다투고 있고, 주식자본시장(ECM)에서 선두권에 자리를 잡는 데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특히 기업공개 전담 조직은 지난 2005년 정 대표가 탄생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진두지휘했던 핵심부서로 통한다.
 
최 부사장은 부동산, 대체투자 등을 담당하는 IB2사업부를 맡고 있다. NICE신용평가 연구원 출신인 최 부사장은 방대한 재무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관련 메뉴얼인 RM매뉴얼을 확립시켰다. RM매뉴얼이란 RM팀장이 CEO와 CFO부터 재무담당 부장까지 전담하며, 후배 RM은 부장부터 차장까지 중첩해 관계를 형성하고 막내 RM은 차장부터 과장까지 소통하는 방식이다.
 
두 사람 모두 정 대표와 20년 가까이 동고동락하며 손발을 맞춰왔고 포스트 정영채라 불려왔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 안팎에서는 '포스트 정영채'가 누가 되건 정영채 사단이 NH투자증권의 리더십을 이끌 것이라 전망나오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정영채 대표는 사실상 NH투자증권 IB조직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이라며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들도 사실상 정 대표의 유산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표에 대해 적어도 1월까지는 결론을 정해야 하는 NH투자증권은 말을 아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몇몇 후보군들이 거론되지만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라며 "오는 임추위에서 향후 대표 선정 혹은 거취에 대해서 논의를 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