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시스, 허상 접고 새주인 맞았지만…갈 길 먼 사업정상화
재생의료 전문기업 시지바이오 325억원에 지분 인수
손해 없이 떠난 옛 주인들 소액주주들만 고통 감내
공개 2023-12-06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코스닥 상장사 이노시스(056090)가 새 주인을 찾았다. 이노시스는 기존 최대주주 스마트솔루션즈(136510)(전 에디슨EV)에 인수된 후 전기차 부품 생산과 우주사업 진출 등의 사업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실체가 불분명한 사업으로 밝혀지면서 큰 홍역을 앓아야 했다. 결국 기존 주 사업인 정형외과 의료용품 생산 분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의료용품 기업 시지바이오로 인수가 확정됐으나, 사업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지바이오 325억원에 이노시스 인수
 
(왼쪽부터)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 김광배 스마트솔루션즈 대표, 차현일 이노시스 대표.(사진=시지바이오)
 
1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노시스는 최대주주인 스마트솔루션즈(옛 에디슨모터스)와 2대주주인 제이스페이스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발행주식의 23.54%, 총 1856만4125주를 바이오 재생의료 전문기업 시지바이오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일은 지난 11월30일로 양도 조건은 주당 1753원으로 총 325억원가량이 지급되는 것이다. 계약금 48억원은 이날 지불됐고 최종 잔금 지급일은 내년 1월12일이다.
 
이번 양도 계약 체결로 주인이 바뀐 이노시스는 1997년 설립된 정형외과용 수술용 치료용품 기업이다. 국내 1세대 정형 임플란트 기업으로 척추 고정 나사 시스템과 미세 전극 방향 제어용 척추 통증 치료기기 '엘디스크'(L'DISQ), 정형외과용 임플란트 등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시지바이오는 이번 이노시스 인수로 정형 임플란트 분야에서 종합적인 연구개발 및 제조 역량을 확보해 바이오와 임플란트 사업 영역 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지바이오는 재생의료 전문기업으로 바이오 융합 의료기기인 골대체재 '노보시스', 경추 케이지 '노보맥스' 등 정형외과 의료기기들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정형외과 분야 의료용품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바이오 기술 기반 포트폴리오와 함께 새로운 척추 및 정형외과 통합 솔루션 제공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는 "이번 인수를 통해 시지바이오의 바이오 기술과 이노시스의 임플란트 가공 및 생산 기술을 모두 확보할 수 있게 됐다"라며 "세계적 수준의 품질과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이노시스와 함께 글로벌 척추 및 정형외과 시장 1위 기업으로 도약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허공에 날아간 실체 없던 우주사업 계획 
 
앞서 이노시스는 사명이 두 번 바뀌고 이번까지 포함해 회사 주인이 두 번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와 함께 실체가 불분명한 우주사업 진출 선언을 통해 스마트솔루션즈 주가조작 일당의 자금 창구역할이 아니냐는 의혹에도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사명이었던 유앤아이가 에디슨그룹에 인수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스마트솔루션즈에 인수 후 에디슨INNO로 사명을 변경했다가 에디슨EV의 쌍용차 인수 실패와 관리종목 지정 이후 그해 6월 다시 사명을 '이노시스'로 변경했다.
 
경영권이 바뀐 후 이노시스는 사명 변경에 앞서 사업목적에 의약품도소매업, 자동차 부속품 제조 및 판매, 수출입업, 전기차 개발 및 제조업 등도 추가했다. 이어 전기차 부품 전문업체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도 내놨었다.
 
이후 다시 사명 변경과 함께 위성체, 발사체 제조 및 판매, 위성시스템 체계 개발, 항공기 정비업 등의 신규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제이스페이스홀딩스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이승훈 당시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버진오빗의 런처원 로켓. (사진=버진 오빗)
 
이노시스의 경영에 참여한 제이스페이스홀딩스는 미국의 우주 발사체 기업이던 버진 오빗과의 협업을 주장하며 우주발사체 서비스에 대한 진전있는 논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내년에 경남 사천공항에서 국내 첫 저궤도 위성 시험발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노시스가 추진한 우주발사체 사업의 실체가 밝혀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주사업 파트너라고 주장해 온 버진 오빗은 지난 4월 미국 델라웨어주의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위성발사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노시스의 위성발사에 대해 어떠한 계획도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혀 이노시스의 우주산업은 실체가 없는 허상임이 밝혀졌다.
 
손해 없이 털고 간 옛 주인들 소액주주만 피해
 
우주사업 청사진을 내놓았을 당시 나로호의 2차 발사 성공과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국내 위성 인터넷 시장 진출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노시스의 주가는 치솟았다.
 
2022년 7월 1만250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지던 주가는 무상증자 소식이 겹친 2022년 7월25일 장중 한때 2만원 선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주가는 이후 하락을 거듭해 주가가 정지될 당시에는 1180원선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현재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주권매매가 정지된 상태다.
 
막판 묻지마 호재에 속아 막대한 손해를 짊어지게 된 일반 투자자들과 달리 이노시스의 지분투자를 진행한 스마트솔루션즈와 제이스페이스홀딩스는 이노시스의 매각으로 결과적으로 이익을 보게 됐다.
 
시지바이오가 지불하는 325억원 중 245억원은 스마트솔루션즈에게 나머지 80억원은 제이스페이스홀딩스에게 지불될 예정이다. 앞서 스마트솔루션즈는 지난해 2월 156억원 규모의 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현재 지분을 확보했고, 제이스페이스홀딩스는 지난해 7월 79억원 규모 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현재 지분을 확보했었다.
 
결국 온갖 구설수에 휘말렸던 옛 주인들이 떠난 자리에는 사업정상화를 위한 다소 고통스러운 정리가 남았다. 시장에선 비싼 값을 주고 산 만큼 그에 걸맞는 사업부 매각과 청산을 비롯한 감자 등의 정리 작업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시지바이오가 문제가 많았던 이노시스를 왜 이렇게 비싼 가격에 샀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다"라며 "하지만 비싸게 산 만큼 시지바이오도 이노시스에 대대적으로 정리할 것이 있다면 정리를 하고 인수합병하면서 합병비율로 구주주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노시스 주주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사실 시지바이오가 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처지다"라고 덧붙였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