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합병…SKS PE 엑시트 과제는
내달 초 합병 MOU 체결 후 내년 초 본계약 체결 예정
2000억원 규모 CB 투자 에스케이에스미래에셋콘텐츠 펀드
합병 후 지분 문제 IPO까지는 갈길 멀어 엑시트는 난항 예상
공개 2023-12-05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에 나선다. 이번 합병은 치열해지는 OTT시장에서 적자를 거듭하던 두 업체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으론 이전 OTT 시장에 투자를 진행한 사모펀드의 성공적인 엑시트 가능성도 주목된다. 앞서 웨이브는 지난 2019년 상장을 조건으로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인수자는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프라이빗에쿼티(PE)가 조성한 사모펀드로 2024년까지 웨이브의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달았었다.  
 
토종 OTT 시장 대격변 웨이브 티빙 합병 
 
(사진=티빙, 웨이브)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 ENM(035760)SK스퀘어(402340)는 각사의 OTT 서비스인 티빙과 웨이브를 합병하는 양해각서(MOU)를 내달 초 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실사에 돌입한 후 내년 초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합병 후 CJ ENM이 합병 법인의 최대주주가 되며 SK스퀘어가 2대 주주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티빙과 웨이브 간 플랫폼 간 합병 비율이 얼마가 될 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티빙의 최대주주인 CJ ENM의 지배지분이 SK스퀘어보다 높아 동일 비율로 합병된다 가정했을 때 CJ ENM이 지분상 우위에 서기 때문이다.
 
 
티빙과 웨이브의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티빙의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의 48.85%를 보유한 CJ ENM이다. 뒤를 이어 KT스튜디오지니가 13.54%, 미디어그로스캐피탈1호가 13.54%, SLL중앙이 12.75%, 네이버가 10.66%를 보유하고 있다.
 
웨이브의 경우 웨이브의 운영법인 콘텐츠웨이브의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의 40.5%를 보유한 SK스퀘어(자회사 SK스퀘어 아메리카 포함)다. 뒤를 이어 KBS, SBS, MBC가 나머지 지분을 동일하게 나눠 보유하고 있다.
 
이번 두 기업 간 합병이 마무리되면 국내 1위 OTT 사업자가 탄생할 전망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월 활성이용자(MAU) 수는 510만명, 웨이브는 423만명이다. 합병에 성공하면 전체 MAU는 9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토종 OTT 1위인 쿠팡플레이의 527만명을 상회하는 수치로 전체 OTT 1위 넷플릭스의 1137만명과도 불과 200만명대로 좁혀진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합병 후 CJ ENM과 SK스퀘어가 각각 최대주주와 2대 주주가 될 것"이라며 "이번 합병으로 출혈성 경쟁을 줄이고 넷플릭스에 대항할 만한 체급을 갖추기 위해 합병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숨겨진 잠재적 주주 에스케이에스미래에셋콘텐츠 펀드
 
이번 합병에선 CJ ENM의 경영권 우위가 점쳐지고 있지만 숨겨진 잠재적 지분 보유자가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프라이빗에쿼티(PE)가 공동으로 조성한 '에스케이에스미래에셋콘텐츠' 펀드가 그것이다.
 
앞서 SK스퀘어는 SK텔레콤 시절인 지난 2019년 웨이브의 재무적투자자(FI)로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의 PE본부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SKS프라이빗에쿼티(PE)의 투자를 유치했다.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조달로 이중 절반은 교직원공제회가 앵커(주요)투자자로 참여했다.
 
교직원공제회 이외 농협중앙회와 국내 대형 증권사, 캐피탈사 등 20여곳의 금융기관이 참여했고 미래에셋벤처투자 PE본부와 SKS프라이빗에쿼티 등 GP(운용사)들도 각각 100억원씩 출자했다.
 
해당 투자가 진행될 당시만 해도 펀드의 성공적인 엑시트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OTT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국내 유력 방송사가 지분과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넷플릭스를 잇는 유력 OTT업체로서의 성장성이 높게 평가됐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당시 웨이브의 프리머니(pre-money·투자 받기 전 회사의 가치)는 1조원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당초 2023년까지 유료가입자 500만명 확보와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와는 달리 웨이브의 매출은 2019년 973억원, 2020년 1802억원, 2021년 2301억원에 그쳤다. 영업적자도 지속돼 웨이브는 2019년 137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0년엔 169억원, 2021년엔 558억원, 2022년엔 1213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2021년에는 SK스퀘어가 추가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했다.
 
갈길 먼 IPO...엑시트까지 험난
 
이번 합병은 기대에 못 미치는 사업 성장성을 타파하고 최종적 목표 중 하나인 기업공개(IPO)와 함께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합병 성사 이후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투자자금의 성공적인 엑시트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앞서 지난 2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는 5년 이내 IPO가 약속됐다. 즉 2024년 11월까지 IPO를 하지 못하면 CB 만기상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투자사 입장에서도 뼈아픈 조건으로 CB 발행 당시 표면이자율은 0.5%, 만기이자율은 3.8%로 당시 저금리에 따라 지금과 비교해보면 현격하게 낮은 수준의 이자율로 책정됐다. IPO를 완료하지 않을 때 내부수익율(IRR) 9%로 변경하는 등 만기보장수익율을 상향 조정해야 하는 조건이 있지만 여전히 기대에 못친다는 평가다.
 
결국 IPO 시한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외형을 키우고 수익성을 증명하는 길로 티빙과의 합병이 선택됐다. 하지만 합병이 완료되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가 발행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비상장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지분을 40% 이상 보유해야 한다. 합병이 완료되면 CJ ENM과 SK스퀘어의 보유 지분은 20%대로 줄어든다. 결국 통합법인의 지분율 요건을 유지하는데 추가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또한 합병 비율 산정에 따른 각사 주주별 지분 배분도 해결해야 한다.
 
시장에선 상대적 적자 폭 개선세가 줄어들고 있는 티빙에 대해 여전히 실적 개선세가 요원한 웨이브가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두 서비스 모두 다양한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투자자가 존재해 모두를 충족하는 거래가 쉽지 않다"라며 "이미 2024년부터 적자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티빙이기에 기업가치, 합병 비율 등 산정에 있어 웨이브 측의 양보가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