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물가대란)③'꼼수인상'보다 비용 절감 집중 필요
단기적인 수익성 방어에 도움 되지만…ESG 활동 회의론 대두
SPC삼립·롯데웰푸드, 판매관리비 비중 줄이며 수익성 강화
투명성 강화 위해 함량·중량 변화 표시의무 법제화 마련 필요
공개 2023-11-28 06:00:00
 
러·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식품업계 원가 부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팔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전 될 경우 국제유가는 물론 국제 곡물가 등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가운데 소비심리마저 위축되면서 식품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전략 등을 통해 고부가 가치 창출에 나서거나 제품 출시 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가격 저항성을 높이면서 소비자의 빈축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과 함께 위기 타개를 위한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식품업계가 신제품 가격에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거나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중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방식을 통해 꼼수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형식의 가격 인상이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향후 주요 소비층이 될 알파세대 등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에서는 판매가 인상보다 판관비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 업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뉴시스)
 
단기적 수익성 방어하지만소비자와 기업간 불신 심화 
 
24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한국소비자연맹를 비롯한 12개 회원단체들과 함께 최근 소비자를 기만하는 눈속임 가격 인상 슈링크·스킴·번들플레이션에 대해 비판하고 가격 투명성 강화 위한 표시의무 법제화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근 정부의 물가인상 억제 압력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최근 동일 가격에 용량이나 중량·개수 등을 줄여서 판매하는 슈링크플레이션, 원재료 함량을 줄이는 스킴플레이션, 묶음 판매인데도 낱개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판매하는 번들 플레이션 등 꼼수가격 인상이 확산하면서다.
 
식품 기업들이 이 같은 방법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크기 감소보다 가격 인상을 더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 같은 꼼수 인상은 수익성 방어라는 측면에서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향후 소비자의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 등에 따르면 슈링크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브랜드 충성도는 급격히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가격과 양 측면에서 우월한 유통사의 자체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가치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착한 기업' 이미지를 내세우던 기업의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식품업계는 친환경 소재와 식물성 원료 사용 등을 통해 ESG(환경·사회 ·지배구조) 활동을 강조해왔다.
 
이은희 이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꼼수 마케팅은 미래 소비자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특히 라면과 과자 등은 어린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인데다 유년 시절의 이미지가 장기적인 기업의 이미지로 이어진 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ESG 활동이나 착한기업 이미지를 위한 광고 효과도 효력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시민사회에서는 가격 투명성 강화 위한 표시의무 법제화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식품기업의 꼼수 인상을 막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소비자'가 늘어나야 꼼수 인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지금도 단위가격은 표시가 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용량이나 함량 등 변화가 있을 때 이를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표시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라며 "기업에 선의를 요구하기 보다는 소비자들이 지켜본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함으로써 기업이 느끼는 압박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SPC삼립·롯데웰푸드, 광고·물류비 감축으로 수익성 개선 눈길
 
식품업계에서는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으로 인해 슈링크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일부 식품기업들은 정부의 물가인상 억제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지만, 이전과 달리 인상폭 자체가 크지 않아 원가 부담이 여전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으로 인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가 보류하거나 인상했던 가격을 인하하는 기업도 다수 있었다.
 
이 가운데 SPC삼립(005610)과 롯데웰푸드(280360) 등은 원가율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관리비 비중을 줄이면서 수익성을 확대해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SPC삼립의 경우 원가율은 올해 3분기 2.51%를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0.2%포인트 증가했지만, 판관비 비중은 지난해 13.98%에서 올해 12.86%로 1.12%포인트 가량 줄였다.
 
특히 판매비 중에서는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 기타 비용 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선전비는 올 3분기 16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94억원) 대비 15.46% 감소했다. 기타비용 역시 415억원에서 380억원으로 8.43% 감축하면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면서 수익성을 보강한 것으로 보인다.
 
 
 
관리비의 경우 수도광열비, 임차료, 차량비, 용역수수료 등 전반적인 비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퇴직급여·복리후생비 등 비용을 줄이면서 전체 관리비용을 49억원 가량 감축했다. 올해 3분기 관리비는 총 639억원을 기록했다. 급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121억원에서 올해 64억원으로 절반 가량, 퇴직급여는 약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다.
 
롯데웰푸드 역시 3분기 기준 매출원가율이 지난해 69.95%에서 올해 72.30%로 2.35%포인트 증가했지만, 판관비 비중을 2.86%포인트 줄이면서 수익성이 확대됐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은 4.79%로 지난해 동기 대비 0.52%포인트 증가했다.
 
롯데웰푸드의 경우 급여,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광고선전비 등 전반적인 비용이 상승했음에도 운반보관료와 판매촉진비, 세금과공과, 기타비용 등이 줄어든 점과 자체적인 매출액 증가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3분기 누계 기준으로 올해 운반보관료는 33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465억원)대비 27.53% 줄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치솟았던 물류비가 최근 안정화 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외에 판매촉진비는 지난해 동기(158억원)대비 약 30.38%를 감축하면서 올 3분기 누계 110억원에 그쳤다. 이어 세금과공과는 103억원에서 86억원으로 16.5%, 기타비용은 108억원에서 95억원으로 12.04% 줄었다.
 
다만 두 업체 역시 일부 상품에 대해 가격을 조정한 바 있다. SPC삼립은 올해 2월 약 50여 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12.9% 인상한 후 올 7월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동참해 식빵, 바게트 등 빵 30종의 가격을 평균 5% 인하했다. 롯데웰푸드는 앞서 2월1일부터 유통 채널별로 아이스크림·과자류 제품 가격을 순차적으로 조정해오다 3월 편의점 가격 인상을 보류한다고 밝힌 이후, 7월 편의점 채널에 한해서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식품 원재료비 상승과 인건비 상승 등 제반 고정비가 매우 증가함에 따라 손익 보존을 위해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를 절감하는 방향이 우선 고려 대상"이라며 "내년도에도 각종 경기 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이 꼼수 인상 대신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을 통한 객수 확대나 프리미엄 제품을 늘리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IB토마토>에 "국내 식품업계가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기업의 올바른 수익성 확대 전략으로는 해외진출을 통한 객수 확대와 프리미엄 제품 확대 등을 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박예진 쉽게 읽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