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노트
최신 기술 무장 '정조대왕함'…직접 보니 '감탄'
세련된 외관에 성능은 더 향상…탐지·공격능력 향상
함정사업 수익성 낮아…'수출 확대'로 돌파구 마련
공개 2023-11-22 15:00:00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현대중공업(329180)이 건조중인 정조대왕함을 내년 인도를 앞두고 공개했다.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정조대왕함은 ‘신의 방패’라 불리는 이지스 구축함 배치-II(2세대) 함정으로 배치-I(1세대) 이지스구축함(세종대왕함)보다 크기, 공격능력 및 방어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술적으로는 진보했지만 함정사업은 수익성이 낮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지속가능한 함정사업 구축을 위해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지스 구축함은 과거 1994년 북한의 탄도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도입이 결정됐다. 2004년 세종대왕함을 시작으로 배치-I 구축함 3척이 도입된 바 있다. 이번에 인도를 앞두고 있는 정조대왕함은 배치-II 1번함으로 2019년 HD현대중공업이 수주 받아 지난해 진수식이 이뤄졌다. 정조대왕함은 올해 시험평가를 마친 후 내년 말 해군에 인도된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2번 구축함을 건조중이며 3번함은 내년 11월 건조에 들어간다.
 
정조대왕함 전경(사진=HD현대중공업)
 
2세대 이지스 구축함, 세련된 외관과 성능 갖춰
 
무기 체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외관 역시 복잡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정조대왕함은 매끄러운 외관으로 세련된 모습을 과시했다. 매끄러운 외관으로 스텔스 기능을 갖춘 것은 덤이다. 현대중공업 측 관계자는 “함정을 디자인할 때 자동차 디자이너도 모셔왔다”라며 “수원 화성을 지을 때 기세가 된다면 아름답고 멋진 게 중요하다는 정조대왕의 화성 설계 철학을 반영했다”라고 말했다. 전투 능력 못지않게 외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련된 모습과 달리 정조대왕함은 ‘멀리보고, 먼저 쏜다’는 특징을 충실히 갖췄다. 정조대왕함은 1세대 구축함보다 더 강력한 탐지능력과 공격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조대왕함은 용량이 큰 통합소나(Sonar, 음파탐지) 체계가 탑재되면서 탐지 거리를 대폭 늘렸다. 통합소나체계는 선체 고정형 음파탐지기, 저주파 능동 예인 음파탐지기, 다기능 수동 예인 음파탐지기 등이 통합된 음파탐지체계다. 기존의 고주파 기반 소나체계와 달리 저주파 기반 체계로 변경되면서 탐지 거리를 크게 늘렸다. 더 멀리 볼 수 있는 시각을 갖춘 것이다.
 
아울러 최초로 기동형 3축 체계 역량을 갖췄다. 기동형 3축 체계는 해상에서 적의 탄도탄을 탐지, 추적, 요격까지 할 수 있는 전투체계다. 정조대왕함에 탑재된 이지스 전투체계는 고고도(지상으로부터 고도 7~12킬로미터) 탄도미사일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아울러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함대지유도탄과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II 등이 처음으로 탑재되어 대지뿐 아니라 대함, 대공 능력을 키웠다. 이는 유도탄 중심의 현대전에서 필수적인 능력으로 꼽히고 있다.
 
정조대왕함 실내로 들어가니 복잡한 복도가 이어졌다. 500여개에 달하는 격실은 모두 외부 공기를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이뤄져 있어 화학공격 발생시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격실마다 달린 두꺼운 철문은 강한 충격에도 뒤틀리지 않도록 설계가 돼 있다.
 
정조대왕함 갑판 전경(사진=HD현대중공업)
 
외형뿐 아니라 내실도 충실하다. 최근 방산 무기의 화두는 자동화다. 이에 정조대왕함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함정을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조대왕함의 조타실에서는 다양한 자동화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그중에는 위치를 지정하면 자동으로 함정이 지정 위치로 운항하는 기술도 도입됐다. 현대중공업 측 관계자는 이를 통해 적은 인원으로도 함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통합디지털 관제센터를 방문했다. 통합디지털 관제센터에서는 선박 운항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관리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지금은 상선 위주로 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보안 문제가 없는 범위내에서 군함 건조 및 수출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에도 디지털 관리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디지털 관제센터에서는 선박 운항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제공할 뿐 아니라 선박 주요 장비에 대한 상태 정보를 디지털화한다. 아울러 전 세계 날씨 및 해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선박 운항 정보를 제공해 운항 편의를 제공한다. 축적된 데이터들은 향후 효율적인 선박 관제에 활용하기 위한 빅데이터로 활용된다.
 
현대중공업 통합디지털 관제센터(사진=HD현대중공업)
 
수출 확대로 방산 매출 2조원 달성 목표
 
오후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함정사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방안이 화두에 올랐다.
 
함정 사업은 수요가 내수 중심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크지 않다. 최근 K-방산이 세계적으로 조명 받고 있는 가운데 산업적 측면에서 함정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함정 수출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함정 수출을 통해 꾸준한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질의응답에 나선 주원호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본부장은 “내수 수요를 극복하기 위해 함정 수출 장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 함정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한조선학회 미래위원회에 따르면 전 세계 함정시장은 2020년 340억달러에서 연평균 2.7% 성장하며 2030년 444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한국이 수출할 수 있는 함정 시장 규모는 연평균 5억9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함정 사업 강화, 수출용 표준 함정 개발, 방산인력 전문학과 개설 등을 통해 지난해 7천억원 수준이었던 방산 매출을 2030년까지 2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MRO(유지관리)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수출 성과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500톤 및 2200톤급 수출형 원해경비함 표준선을 개발해 지난해 필리핀 정부로부터 원해경비함 6척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필리핀 정부에 호위함 1척을 인도한 바 있고, 현재 초계함 2척을 수주 받아 건조를 진행하고 있다.
 
수출과 동시에 함정 MRO 사업을 통해 향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앞으로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함정 MRO 시장의 중요도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함정 건조를 넘어 관리 사업 비중을 키울 계획이다.
 
아울러 방산 관련 전문 인력 양성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방산사업은 특성상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해 내국인으로 인력을 채워야 한다. 그러나 조선업 인력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인력 확보가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2014년 20만명이었던 조선업 종사자수는 지난해 9만5천명 수준으로 줄었다. 현대중공업은 전북대학교가 추진하고 있는 방위산업학과 개설에 조선 관련 교육과정을 포함하는 등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수출 확대를 위해 최근 KAI, LIG넥스원과 협약을 체결했다”라며 “증명된 현대중공업의 선박 건조기술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더 키워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정준우 왜?(Why?)에 대한 답변이 되는 글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