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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 자회사 부동산 매각에도…HMM 인수 '난항'
내년 2월까지 자회사 동원팜스 공장 부지 매각…680억원 마련
HMM 인수전 LX그룹 불참으로 2파전 전망…현금 확보로 승기
계열사 자산 매각 통한 현금 마련에도 너무 큰 HMM
공개 2023-11-14 17:28:47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동원F&B(049770)가 자회사의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HMM(011200) 인수전에 '올인'하고 있다. 앞서 동원그룹은 HMM 인수 후보자 중 자금 여력 측면에서 가장 열위에 있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던 LX그룹이 해운업 불황 전망 등의 이유로 본입찰 참여가 불투명해지자 하림(136480)과의 맞대결로 압축된 인수전에서 현금 마련을 통해 승기를 잡기 위한 행보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원이 너무나 덩치가 큰 HMM을 인수하기에는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
  
14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원F&B는 비유동자산 처분결정 공시에서 자회사인 동원팜스의 부천 소재 공장 부지와 부대건축물을 CJ대한통운(000120)에 처분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10일 이사회에서 결정됐으며 내년 2월29일에 680억원에 처분하기로 확정했다.
 
동원F&B는 이번 자회사 부동산 매각의 이유를 "신공장 건축에 따라 저효율 공장을 매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LX그룹이 사실상 빠지면서 경쟁 구도가 본격화된 HMM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예비입찰을 진행한 결과 적격인수 후보로 하림그룹, LX그룹, 동원그룹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동원그룹은 육상 물류 사업 중인 동원로엑스와 항만사업사인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을 자회사로 둬 해운사 운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를 보유했지만, 인수후보자 중 자금 여력은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동원 F&B)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동원그룹의 동원산업(006040)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이 6145억원에 불과하다. 그룹사인 동원F&B와 동원홈푸드의 현금성 자산도 각각 716억원, 476억원에 그친다.
 
하지만 인수 후보자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LX그룹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은 동원그룹과 하림그룹간 양자대결 양상으로 전환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X그룹은 최근 이어진 해운 운임 하락세와 국제적인 경기 둔화로 인한 물동량 하락, 세계 해운업계 간 운임료 '치킨 게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 등이 부담으로 작용해 이 같은 결정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제 컨테이너 운임지수를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분기 평균 986포인트를 기록해 지난해 3분기 4053포인트보다 약 75.8% 하락했다. 벌크선 운임지수인 발틱건화물운임지수도 지난 3분기 평균 1194포인트로 지난해 3분기 대비 27.9% 감소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수요는 둔화하는 반면 신조선 인도, 적체된 선박 가동률 개선으로 공급이 늘어났다"라며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연중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어두운 전망에도 불구하고 동원그룹의 해운사 인수 의지는 꺾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동원그룹 창립자인 김재철 명예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원그룹은 바다와 함께 성장한 기업"이라며 "HMM 인수에 성공하면 내 마지막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하며 해운사 인수 의지를 밝혔다.
 
다만 동원그룹의 이 같은 행보에도 불구하고 HMM 인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HMM의 인수 가격은 최소 5조원에서 최대 7조원으로 추산되고 있고,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취득한 HMM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시 인수 금액이 무려 10조원까지 전망되기 때문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HMM 관련 질의에 "적격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HMM을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라고 답한 바 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