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분기 연속 적자…건전성·수익성 확보 사활
모기업 대상 1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
작년 4분기부터 적자 수익성 지표 하락세 지속
리테일 강화로 수익성 강화 목표…IB는 쉼표
공개 2023-11-02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하나증권이 건전성과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앞서 하나증권은 지난 1분기를 제외하고 지난 4분기부터 줄곧 적자를 기록해 수익성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모기업으로부터 1500억원 규모의 실탄을 지원받고 자산운용사 완전 자회사를 비롯한 리테일 사업 부문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 (사진=IB토마토)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이사회를 열고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086790)를 대상으로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사채만기일은 발행일로부터 30년이고 발행금액은 총 1500억원이다.
 
이번 사모채권형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마련된 금액 중 1000억원은 채권 상환에 쓰일 예정이며, 나머지 500억원은 하나증권의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발행 채권은 하나금융지주가 100% 인수한다. 하나증권은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NCR(순자본비율) 제고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는 증권으로 보통주와 같이 만기가 영구적이고 배당이나 이자가 확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보통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돼 재무 건전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2023년 현재 7%대의 높은 금리에서 책정된다는 단점이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자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발행되는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이다. 발행 후 5년이 지난 시점부터 콜옵션(Call Option·중도상환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발행금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앞서 증권업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선 지난 9월 BNK투자증권이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 표면금리가 7.036%로 책정된 바 있다. 우리은행은 3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 금리가 5.38%로 책정됐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회사채보다 금리 수준이 높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단순 자금 조달보다 부채비율 관리 목적이 주요 목적"이라며 "유상증자나 영업현금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운 기업들이 신종자본증권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콜옵션 행사 시점에 일반 회사채를 통해 차환할 경우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2분기 연속 적자에 수익성 지표 빨간불
 
이번 하나증권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2분기 연속 이어진 적자에 따른 선제적인 건전성 확보 차원이라는 평가다. 앞서 하나증권은 지난 2분기 1000억원가량의 충당금을 쌓으며 증권업계에서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3분기에도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27일 하나금융지주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자회사 하나증권이 올해 3분기 5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금리 안정화에 따른 보유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인한 반짝 흑자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지난 4분기부터 이어진 실적 침체를 이어간 것이다.
 
해당 발표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지난 3분기 매출은 2조4834억원, 4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6.1% 줄었다. 3분기 누적으로는 143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컨퍼런스 콜에서 하나증권은 "고금리 시장상황과 유동성 감소 등 대내외 어려운 시장 환경으로 각 사업 부문의 실적이 감소했다(부진했다)"라며 "투자은행(IB) 자산들에 대한 충당금 확대 영향도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하나증권은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영업순수익 커버리지가 207.0%를 기록해 우수한 수익성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고금리 고착화와 그로 인한 채권과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 부담은 2023년 하반기 들어서까지 하나증권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하나증권의 영업순이익 커버리지는 155.2%를 기록해 2021년 251.4% 대비 96.2%p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는 이어져 2023년 상반기 하나증권의 영업순이익 커버리지는 142.7% 수준까지 하락했다.  
 
수익성 악화의 주된 이유로는 상반기 거래대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브로커리지 부문이 뚜렷한 실적 회복까지는 이뤄내지 못한 반면, IB부문은 해외대체투자과 국내부동산 업황 둔화로 대손비용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꼽힌다. 1분기 깜짝 실적을 이끈 운용부문도 금융시장 변동성 및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다소 악화됐다.
 
김예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하나증권은 올 상반기까지 운용부문 수익성 반등에도 불구하고 IB부문 수익성 저하로 인한 전반적인 수익성이 감소가 있었다"라며 "다만 최근 하나금융그룹 차원의 리스크관리와 지원이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유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개선되지 않는 실적 리테일 강화로 돌파 가능할까?
 
수익성 강화가 절실해진 하나증권은 리테일 강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에 나섰다. 당분간 수익성 개선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IB 대신 리테일 강화에 나서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신임 사장(사진=하나증권)
 
지난 30일 하나증권은 하나UBS자산운용을 100% 자회사 편입을 공식화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에서 열린 하나자산운용 출범식에선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신임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박성호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등 그룹 임직원 200명이 참석했다.
 
앞서 하나증권은 자산관리 일원화 전략으로 UBS AG가 보유하고 있던 하나UBS자산운용의 지분 51%에 대한 인수를 추진해 온 바 있다. 올해 3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변경 승인을 획득했고, 지난 27일에 주금 납입까지 모든 절차를 완료했다.
 
이날 함영주 하나금융그룹회장은 "손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 공급이 하나금융그룹의 미래 핵심경쟁력이 될 것이며, 하나자산운용이 그 중심에 서게 되길 기대한다"라며 " 하나금융그룹의 자원을 적극 활용해 대한민국 자산관리 명가인 하나은행을 비롯해 증권, 캐피탈, 보험 등 그룹의 국내외 영업 네트워크와의 협업을 통해 성장과 도약의 기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나 가족 모두가 함께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기존 초대형IB 인가 신청은 미뤄졌다. 앞서 올해 하나증권의 주요 추진 사업 중 하나였던 초대형IB 인가는 기본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충족과 함께 연내 심사 서류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IB부문에서의 수익성 개선이 더뎌지고 있는 만큼 우선순위에서 리테일 역량 제고에 밀렸다.
 
실제 올해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조1891억원으로 지난해 15조9113억원 대비 대폭 증가했다. 다수의 증권사는 IB 부진을 리테일 부문에서 만회했지만, 하나증권은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하나증권은 2분기 영업손실 329억원, 순손실 489억원으로 주요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고, 특히 위탁매매 및 중개 등의 WM사업부문에서 상반기 11억원 순손실이 발생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의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건전성 강화를 목적으로 진행됐다"라며 "하나자산운용의 완전자회사 전환도 상품 경쟁성 강화 및 그룹 계열사 간 협업 강화 차원에서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