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대표의 해명에도 풀리지 않는 이화전기 의혹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 내부정보 이용 의혹 극구 부인
사실상 구현 불가능한 메리츠의 메자닌 사업 증권가선 의문
상습범 이화그룹 김회장…소액주주들은 분통
공개 2023-10-24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가 최근 메리츠증권에 일고 있는 의혹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금감원이 밝힌 메리츠증권의 메자닌 사업 구조는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불가능한 구조이며, 발행자 간 사전 교감이 없었다면 사업 논리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함께 이전 주가조작 혐의로 실형이 수차례 선고된 이화전기의 오너를 모른다는 메리츠증권의 주장에 소액주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국감장에 등장한 은둔의 CEO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날 국정감사에선 최근 메리츠증권의 이화전기(024810)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도 경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정감사에 참석한 의원들은 "메리츠증권이 내부정보를 활용해 이화전기 거래 정지 이전에 주식 매도를 완료해 이익을 취한 것이 아니냐"라며 추궁을 이어갔다.
 
증권업계에서 최희문 대표는 은둔의 CEO로 불린다. 회사 단위의 행사에도 참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언론과의 인터뷰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런 그가 올해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대형증권사 최고경영진으로는 유일하게 국정감사 증인으로 섰다.
 
문제가 된 메리츠증권의 이화전기 BW 매각은 지난 5월에 발생했다. 지난 5월10일 메리츠증권은 BW인수를 통해 보유한 이화전기 주식 5848만2142주(32.22%)를 5월4일부터 전량 장내 매도했다고 10일 공시했다. 앞서 지난 4월4일엔 이화전기의 계열사 이아이디(093230) BW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취득한 주식을 전량 매도하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은 해당 거래를 통해 이화전기 주식매각대금으로 약 90억원의 이익을 봤다고 추정되며 이아이디로는 BW 인수 당시 주당 취득가 941원 주식을 주당 평균단가 2449원에 처분해 약 160억원의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메리츠증권은 지난 4월18일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220억원어치 BW를 매도해 약 73억원의 차익도 챙겼다.
 
해당 의혹에 대해 최 대표는 "거래정지 되기 3주 전 이화전기에 BW 전환 신청을 했고 그 순간 담보권이 상실됐다"라며 "매매정지 6일 전 이화전기 관련 유가증권 27억원어치를 추가 인수했는데 거래정지 예정 회사라고 판단했으면 추가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정지 당일 그날 아침에 300억원의 유가증권을 프리미엄을 주고 사 갔는데 이것을 보면 거래정지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라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사업구조
 
(사진=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은 내부정보 이용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메리츠증권의 메자닌 사업 구조는 현실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사업구조라고 평가했다.
 
기업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같은 메자닌 펀드를 공모하는 이유는 자금 융통을 통한 사업 유지와 확대 또는 채무상환을 하기 위해서다. 즉 발행을 통해 마련한 현금의 목적이 정해질 때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이 진행한 메자닌 펀드 발행 프로세스는 일반적인 기업의 자금 조달과는 다른 형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2일 밝힌 기획검사 중간 검사결과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발행사가 발행하는 CB전액에 상당하는 채권을 담보로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담보채권의 취득은 메리츠증권의 채권부서를 통해서만 이루어졌고, 담보로 가능한 채권목록안을 제시해 그 범위에서 채권 매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해당 거래에서 메리츠증권이 담보채권을 해제해 발행사가 신규사업 진출 또는 운영자금 사용에 쓸 수 있도록 동의한 사례는 없었고, CB 투자금액 회수 차원에서만 담보채권 해제를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메리츠증권의 이 같은 펀드 발행은 사실상 내부자 간 계약서 상 나타나 있지 않은 합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구조"라고 평가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이 밝힌 메리츠증권의 발행 프로세스에서 메리츠증권이 지는 리스크는 '0'이다"라며 "개인으로 따질 때 어떤 사람이 돈이 필요해서 금융사에 돈을 빌리는데 금융사가 담보가 필요하니 담보가 될 수 있는 우리 회사의 금융상품을 구매하고 그걸로 담보로 하라고 하면 누가 그 금융사에게 돈을 빌리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윗선에서는 구조상 리스크가 전혀 없는 사업이니 승인해줬을테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사업이 구현되기는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몰랐다면 무능 알았다면 공범
 
17일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은 주가조작 전과가 있는 사채업자 출신"이라며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에게 "이에 대해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최 대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문제의 중심에 있는 김 회장은 증권가에선 유명인사로 알려졌다. 앞서 이화전기의 지분을 취득한 2021년 10월 당시 이화전기는 한 차례 폭로전이 이어졌고, 이화그룹은 코로나 치료제와 2차전지 등 시장의 유행을 좇아 주가조작을 시도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한 김 회장은 일전에도 수차례 주가조작과 횡령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지난 2021년 3월 소명준 이화전기 전 대표는 사내 메일을 통해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의 전횡을 폭로하며 경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소 전 대표는 메일에서 "2016년도에는 김 회장 직계 특수관계인들이 주식을 보유한 홍콩회사에 자금 불법 대여를 통한 위법사항으로 구속됐고, 이화전기와 이트론은 거래정지를 당했다"라며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일반공모유상증자 495억원, 제3자배정유상증자 650억원, 사채발행 150억원 등 무려 1635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지만 올해 3월 현재 회전자금은 85억원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이후 이화전기 소 전 대표를 이화전기 대표직에서 해임했고 소 전 대표와 이화전기 간 해임 관련 분쟁이 이어졌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받는 김영준(왼쪽) 회장과 김성규 총괄사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로 거론되는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은 은행원 출신으로 한때 서울 명동 사채업의 거물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통했던 인물이다. 
 
지난 2001년 국민의 정부의 최대 금융 스캔들로 알려진 이용호 게이트에 배후로 지목돼 2년6개월형을 선고받았고 이어 지난 2015년에도 다시 이화전기를 통한 횡령·주가조작·부당 시세차익 등의 혐의로  2018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형을 최종 선고받았다.
 
김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또 다시 이어져 조세포탈·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5월12일 김 회장과 김회장의 저남으로 알려진 김성규 이화전기공업 총괄사장과 함께 조세포탈·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김 회장은 구속됐다.
 
이화전기 관련 메자닌을 운용한 메리츠증권 내 IB조직 근무자들은 현재 대다수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지거나 사태를 수습해야 할 인원마저 사라진 시점에서 이화전기의 소액주주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메리츠증권의 행태에 분통을 터트렸다.
 
소액주주 모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메리츠증권 직원의 가족 명의로 투자한 것이 밝혀졌다"라며 "메리츠증권이 아무리 모른다고 해도 증권가에서 이화전기의 김 회장에 대한 소문은  파다하고 이미 과거 전력도 화려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몰랐으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공범이란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