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메자닌 중개 논란…성과주의 사업기조 흔들리나
이화전기 BW 매도 관련 최희문 대표 국감 증인으로 출석
문제의 핵심된 부실기업 7800억원 규모 메자닌 투자
돈이 필요한 곳에 있던 메리츠…경영 기조 변화 전망
공개 2023-10-17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기업금융(IB)시장에서 승부사로 통하는 메리츠증권의 성과주의 경영 모토가 흔들리고 있다. 이화전기(024810)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관련 구설수에 오른데 이어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앞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과감한 투자활동을 이어갔지만 부실기업의 자금책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이 이어진 상황이다. 시장에선 메리츠증권의 성과주의 경영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동안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화전기 BW 매도 사전 정보 이용 논란…결국 대표이사 국감 출석
 
(사진=메리츠금융지주)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정무위원회는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를 17일 금융감독원 현장 국정감사 증인으로 앉힌다. 최 대표는 이화전기 거래 정지 사태와 관련해 최근 메리츠증권이 임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적이익 추구 문제에 답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1년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BW에 투자했다. 이후 올해 5월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의 구속 후 거래정지 직전 보유 중인 사모 BW 신주인수권을 매도해 약 9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매각 시점과 매도액을 두고 일각에서는 메리츠증권이 내부정보를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 6월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CB(전환사채) 발행 규제의 적절성에 대해 살펴보겠다"라며 "CB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 작년부터 중점 조사사항으로 증선위와 조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은 메리츠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해 CB·BW 관련 운용 실태를 점검키로 방침을 세웠다. 이후 이달 11일 메리츠증권에 대한 검사 결과 임직원의 사익 추구행위 등이 잠정 발견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위험·고수익 기조…시장의 승부사에서 비난의 목소리까지 
 
IB시장에서 메리츠증권은 과감한 투자와 시장을 놀라게 하는 성과로 시장의 승부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성과주의의 부작용으로 소위 '꾼'들의 현금책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거론되는 가장 큰 문제는 메자닌(Mezzanine) 투자다. 메자닌이란 채권형태로 발행되는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ond with Warrant, BW), 상환우선주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메자닌 투자 시 투자자는 투자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고, 주가가 하락하면 채권으로 이자와 만기상환금을 받을 수 있어 최근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소위 '꾼'들이 CB를 발행하고 이를 무자본 인수·합병(M&A)이나 주가조작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이 최근 5년 투자한 CB와 BW 가운데 횡령, 부실 등으로 거래정지된 기업은 18개사로, 이 기업들에게 공급한 금액은 7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CB와 BW등 메자닌 수수료가 발행액의 3~5%로 책정되는 것을 고려해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 5년간 해당 기업 건으로 챙긴 수수료 수익은 230억~4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해 평균 56억에서 80억원가량을 메자닌 중계 수수료로 얻은 것으로 지난 5년간 메리츠증권은 IB부문에서 △2019년 7107억원 △2020년 7180억원 △2021년 8086억원 △2022년 8469억원 등의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업계에서 평가하는 메리츠증권의 모토는 버는 만큼 준다"라며 "그만큼 IB사업을 진행하는 구성원들의 사업적 수완이 뛰어나지만 그 동안 불안하다 싶었던 위험 부담이 이제서야 터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과주의 부작용 발발…사업기조 바뀔까 
 
메리츠증권의 성과주의 경영 모토도 한동안은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메리츠증권이 메자닌 형태로 자금을 대여한 기업들 상당수는 주가조작 논란, 기업 횡령 논란의 기업이 명단에 올랐다.
 
지난 2021년 8월20일 KH그룹과 강원도개발공사 간 알펜시아 리조트 자산양수도 체결식 (사진=연합뉴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2년 KH강원개발과 KH E&T에 총 2350억원 규모의 담보 대출을 집행했다. KH그룹의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에 따른 자금 대여였고, KH그룹 소속 상장사의 CB에도 담보를 설정해 투자가 진행됐다. 메리츠증권은 △KH필룩스에 350억원△IHQ(003560) 350억원 △KH E&T 150억원 △KH일렉트론 150억원 등 총 1000억원 자금을 대여해줬다. 해당 사업 관련 대출 규모는 총 3350억원에 달했다.
 
해당 거래에서 메리츠증권이 담보로 확보한 자산은 부동산 자산이었다. 알펜시아리조트 부동산 자산을 비롯해 상지카일룸 분양 신탁, KH필룩스 본사 건물 등 KH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주요 자산이 담보로 잡혔다. 해당 담보의 대략적인 시장가치는 1조원가량으로 메리츠증권이 제공한 대출금의 3배에 가까운 규모였다.
 
대출금의 3배 가까운 담보까지 확보한 확신의 투자라고 평가받았지만, 2022년 KH그룹의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 과정에서 당시 강원도청으로부터 담합 특혜 제공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업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주가조작 혐의 및 알펜시아 인수 과정에서의 담합 검찰조사 조사 이후 KH그룹 계열 상장사 5곳(KH 전자(111870), KH 필룩스(033180), 장원테크(174880), KH 건설(226360), IHQ(003560))은 모두 2022년도 사업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 또는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 메리츠증권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IB라고 할 수 있다"라며 "돈이 필요로 하는 곳에 메리츠증권이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메리츠증권의 사업 영역은 기발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존 성과주의 경영 기조가 당분간은 보수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