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탄소 감축 행보에…발목 잡는 계열사
지난해 정유·화학 등 계열사 탄소 배출 2~3% 늘어
온실가스 배출부채도 4배 증가해 타사와 대조
ESG 경영 강조하는 그룹 기조와 다른 모습 평가
공개 2023-10-06 06:00:00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 일부 계열사들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나 SK(034730)그룹이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도 '카본 투 그린' 비전을 내세우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부채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비중 큰 SK에너지·SK지오, 2022년 배출량 전년대비 2.3% 증가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정유, 석유화학, 석유개발, 윤활유,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매출 비중이 높은 사업은 정유와 석유화학이다.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이 SK이노베이션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각각 67.4%, 14.1%에 달한다. 업종 특성상 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배출량 비중도 계열사 내에서 가장 높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에너지의 2022년 탄소 배출량은 690만7352톤으로 2021년 대비 3.0%, SK지오센트릭은 257만3562톤으로 0.5% 증가했다. 두 계열사의 탄소 배출량 합산 증가 폭은 2.3%로 나타났다.
 
특히 SK에너지의 경우 670만4092톤을 배출한 2021년을 제외하면 계속 690만톤 이상을 배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는 2021년 당시 낮은 정제마진을 고려해 생산능력 기준 67.6% 수준의 가동률을 기록하면서 생산 자체가 위축된 바 있다. 2021년 휘발유와 나프타 등 제품 생산량은 2억468만 배럴로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던 2020년보다 16.0% 적었다.
 
그러나 지난해 정제마진이 크게 오르면서 가동률이 83.6%로 회복했다. 생산량은 2억6392만배럴로 전년대비 28.9% 증가하면서 탄소 배출량도 덩달아 늘었다. 지난해 SK에너지는 5조2582억원의 매출과 3조3901의 영업이익을 남겼는데, 많이 만들고 많이 팔수록 탄소 배출량은 늘어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SK엔무브도 SK에너지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SK엔무브가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약 6.4%로 크지 않지만, 최근 계열사 내에서 뚜렷한 실적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사업보고서 기준 지난해 SK엔무브 매출은 6조2414억원으로 전년대비 62.8%, 영업이익은 1조711억원으로 11.5% 증가했다.
 
그러나 실적이 성장한 만큼 탄소 배출량은 늘어났다. SK엔무브의 2022년 배출량은 18만7376톤으로 전년대비 31.0% 증가했다. 계열사 중 배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로 인해 지난해 전체 SK이노베이션 탄소배출량은 1126만4964톤으로 2021년 대비 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부채 4배 가까이 증가…에쓰오일·오일뱅크 줄어든 것과 대조적
 
배출부채가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SK이노베이션의 2022년 배출부채는 30억원으로 2021년 7억5800만원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부가 무상으로 할당한 배출권이 그해 발생한 배출부채 의무를 이행하는데 충분하다면 배출부채를 '0'으로 측정하나, 차기 이월 분을 제외하고 이를 초과하는 배출량에 대해서는 예상되는 지출에 대한 배출부채를 쌓아야 한다. 배출부채가 증가하면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배출부채는 회사가 탄소감축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가정할 시, 각 연도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을 매긴 금액"이라며 "탄소감축 성과는 매년 나오고 있고, 감축 추세를 감안했을 때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이 배출부채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탄소배출권은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 전망으로 2021년 하반기 가격이 상승했으나 2022년 전쟁이 발발하고 경기 침체전망에 따른 잉여 배출권 매도증가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할당배출권은 1만6000원으로 54.4%, 상쇄배출권은 1만4000원으로 9.4%, 외부사업감축량도 1만1250원으로 67.4% 하락했다.
 
국내 정유업체 중 배출부채가 증가한 기업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인데, GS칼텍스의 경우 2021년 0원에서 2022년 1억원으로 증가 폭이 크지 않다. 에쓰오일(S-Oil(010950))은 118억원에서 19억원으로83.5%, HD현대오일뱅크는 99억원에서 56억원으로 43.6% 줄었다.
 
에쓰오일은 여전히 정유업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기업이다. 다만, 2022년 배출량은 971만1000톤으로 전년대비 3.2% 줄였다.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의 배출량이 모두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탄소 배출 적은 배터리 사업 매출 증가는 긍정적
 
물론 SK이노베이션의 사업 비중은 변화하고 있고, 긍정적인 지표도 나오고 있다. SK온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의 경우 배출량이 꾸준히 줄고 있는 가운데 SK온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온은 올해 상반기 7조원 넘는 매출을 기록해 SK이노베이션 연결 매출의 18.5%까지 증가했다.
 
현재까지는 배출량이 많은 계열사의 매출 비중이 큰 탓에 가동률을 쉽게 낮출 수 없지만, SK온 등 탄소 배출량이 적은 사업들이 성장할수록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의 부담도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탄소 배출량을 완전히 없애려면 공장을 모두 셧다운하면 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정 효율화나 연료 전환 등 탄소 감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매년 성과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