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뀐 대호에이엘…2차전지 접고 재무개선 탄력 받나
비덴트 인수 1년 만에 대주주 변경…2차전지 사업 포기 수순
알루미늄 등 기존 사업 강화 움직임…안정적 매출 확보는 미지수
당분간 재무 개선 집중 예정…재고자산 등 현금창출력 확대 방향
공개 2023-09-11 06:00:00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대호에이엘(069460)이 높은 진입 장벽과 역량 분산을 우려하며 신사업으로 주력했던 2차전지 소재 사업을 1년 만에 접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주주가 1년만에 비덴트에서 비즈알파로 바뀌면서 기존 사업인 자동차·전자용 알루미늄 소재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존 사업에서도 새로운 매출처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분간 재무구조 개선에 경영 전략 방침이 찍힐 것으로 전망된다.
 
대호에이엘 대구 달성군 본사(사진=대호에이엘)
 
2차 전지 사업 역량 낭비…기존 자동차·전자 부품 사업 강화 움직임
 
지난 8월 대호에이엘의 전략적투자자(SI)인 비즈알파는 재무적투자자(FI) 와이비버스, 채움인베스트먼트대부, 티앤이노베이션와 함께 비덴트가 보유한 지분 1129만7774주를 전량 인수했다. 비즈알파가 700만1주(11.6%), 와이비버스, 채움인베스트먼트대부, 티앤이노베이션이 각각 143만2591주(2.4%)를 인수했다. 인수자금은 총 337억원으로, 지난 8월 잔금납부까지 모두 마무리되며 비즈알파의 김언중 대표가 대호에이엘 대표이사가 됐다. 비덴트는 보유 지분을 모두 이들에게 넘겨 완전히 대호에이엘을 떠났다.
 
비즈알파가 경영권을 잡으면서 비덴트가 추진했던 2차전지 소재 사업은 백지화된다. 김언중 대표는 대호에이엘의 2차전지 소재 사업 확장 계획을 백지화하고 기존 알루미늄 코일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호에이엘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자동차, 전자부품용 알루미늄 소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비덴트가 지난해 7월 대호에이엘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2차전지 알루미늄 소재(전해알루미늄박, 전기차용 알루미늄 차체 등)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겠다고 밝혔지만 1년만에 백지화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 대호에이엘 인수 후 2차전지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2차 전지 사업 확대를 위해 실행된 세부 사항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계 설비 도입에 13억원이 지출된 것이 전부다. 2차 전지 소재 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고 설비를 도입하는데 통상 1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1년만에 모든 절차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대호에이엘이 2차전지 사업 경험이 없다는 점도 기존 사업 강화 방침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2차전지 제조사들이 요구하는 소재 품질 기준이 까다로워 국내에서도 이를 충족하는 2차 전지용 알루미늄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는 손에 꼽힌다. 새로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진출할 경우 시행착오 등을 통해 양산체제를 갖춰야 하는데 노하우가 없어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점들이 대호에이엘의 2차전지 사업 진출의 난관으로 꼽혔다. 관련 업계에서도 올해 알루미늄 업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호에이엘이 무리하게 2차전지 사업에 매달리며 회사 역량을 낭비하는 것보다 기존 자동차 및 전자 부품용 알루미늄 소재 사업을 강화하는 게 나은 선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존 사업 확대는 당분간 어려울 듯…재고 줄이며 '재무개선' 시도 전망
 
그러나 단기간에 기존 사업 확대를 통해 기업 가치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대호에이엘이 기존 자동차·전자용 알루미늄 소재 사업을 확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한다. 대호에이엘이 장기계약보다 단기계약을 통해 판매처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안정적인 판매처가 필요하지만 단기계약으로는 이런 판매처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비즈알파는 가장 먼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비즈알파는 이를 위해 늘어난 재고자산을 낮추기 위해 해외 수출 확대, 할인 판매 등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운전자본 규모를 줄여 현금흐름을 개선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호에이엘의 부채 관련 지표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다. 대호에이엘의 올 상반기 유동비율은 154.2%, 부채비율은 76.6%로 평균 이상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차입금 상태도 양호하다. 대호에이엘의 순차입금 의존도는 16.7%로 통상 안정적인 수준이라 평가되는 30%를 하회한다. 부채 관련 지표들이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재고자산 등 운전자본과 관련된 부분을 슬림화해 현금흐름을 개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호에이엘의 전체 현금흐름은 올 상반기 94억원 적자를 보이고 있다.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이 적자(83억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체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재고자산의 증가폭이 영업현금흐름 적자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대호에이엘의 재고자산은 359억원으로 지난해 말(288억원)보다 24.7% 늘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호에이엘의 판매량은 연간 3만톤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향후 재고 소진 및 성장 확대를 위해서 수출 확대, 할인 판매 등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대호에이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비즈알파 인수 후 재무 전문가 김 대표가 대구에 주로 머무르며 회사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라며 "비덴트 쪽 인사들이 모두 나가면서 사업 및 재무 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해 향후 사업 전략 방향이 바뀔 것임을 암시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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