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발 라임사태 재조사 파장…판매 증권사들 '긴장'
금감원, 라임 등 펀드 사태 전면 재조사…시장은 긴장
판매 증권사 발 빠르게 피해자와 합의 나서고 보상 마무리
법조계선 판매사에 모든 책임을 씌우는 건 무리란 지적도
공개 2023-09-05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 재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잠잠해진 라임사태에 다시 불이 붙었다. 혹시 모를 불상사에 라임펀드 판매사에 이름을 올린 증권사들은 피해자 합의에 나섰고, 보상이 이뤄졌으나 금융당국과 검찰의 칼날에 긴장감이 높아져 가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운용사의 계획된 기만행위에 판매사도 당한 면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보상 판매사에 모든 책임을 씌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발 라임사태 재점화
 
금융감독원 (사진=IB토마토)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라임 펀드 '특혜 환매' 의혹 관련 미래에셋증권(006800)유안타증권(003470)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라임 펀드의 대규모 환매 중단 직전인 지난 2019년 8월부터 9월 사이 유력 인사나 특정 기업에 자금을 돌려주는 특혜를 줬다는 의혹 때문으로 검찰은 배임·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4일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 등 3개 운용사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새로운 위법 혐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 중 현재 시장의 쟁점이 되고 있는 라임펀드 건의 경우, 대규모 환매 중단 선언 직전인 2019년 8월에서 9월 중 4개 라임 펀드에서 일부 특정 고객에게 특혜성 환매가 이뤄졌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펀드의 투자자산 부실·유동성 부족 등으로 환매 대응 자금이 부족해지자 다른 펀드 자금 125억원과 운용사 고유 자금 4억5000만원을 이용해 일부 투자자들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준 정황이 드러났다. 돈을 미리 뺀 투자자 중에는 A중앙회(200억원)를 비롯 B상장사(50억원) 외에 중진 국회의원(2억원) 등 유력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언론에선 B모 상장사를 고려아연(010130)으로, 특혜를 받은 중진 의원으론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거론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에 대한 제재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할 것"이라며 "수사 통보된 사항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협조해 엄정 대처하겠다"라고 말했다.
 
혹시라도 불똥 튈까 사태 해결에 나선 증권사들
 
 
 
금감원이 재점화시킨 라임사태에 판매사로 이름을 올린 증권사들은 발 빠르게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앞서 사태가 본격 쟁점화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투자자와 합의를 마무리 지은 듯 했으나 혹시라도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는 분위기로 증권업계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30일 신한투자증권은 환매가 중단된 홍콩계 사모펀드 젠투파트너스펀드와 라임펀드(2020년 선배상 펀드) 고객을 상대로 사적 화해를 결정했다. 전날 신한투자증권은 이사회를 열고 환매가 중단된 젠투와 라임펀드 고객 보호를 위해 사적 화해 절차를 밟기로 의결했다. 사적 화해 대상 규모는 젠투펀드 4180억원과 라임펀드 1440억원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조치에 대해 "해외 법적 절차를 통한 투자자산을 최종 회수할 때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을 고려해 더 신속하게 투자자를 보호하고 고객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사적 화해 방안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사적 화해 절차는 다음 달부터 시작될 예정으로 사적 화해를 통한 지급 비율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배상 비율 산정 기준을 준용할 계획이다.
 
앞서 라임펀드 판매사들은 서둘러 피해자와의 합의에 나선 바 있다. 대신증권(003540)은 지난 2020~2021년에 걸쳐 라임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비율 최대한도 수준인 80%를 배상하기로 결정하고, 약 95% 이상의 피해자들에게 보상금 지급을 완료했다.
 
라임펀드의 주요 판매사 중 하나였던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2021년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를 비롯해 디스커버리, 삼성젠투, 팝펀딩, 피델리스무역금융 등 10개 상품에 대해 투자 원금 전액을 보상한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005940)도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 100% 원금 전액 반환을 지난달 결정해 일반투자자 831명에 대해 투자금을 지급했다. 옵티머스펀드 최대 판매사라는 점에서 1개 펀드에 대해 NH 측이 반환해야 할 총액은 2780억원으로 지난 2021년 1분기 당기순이익 5769억원 절반 수준에 달했다.
 
판매사에게만 전가된 법리적 책임
 
여의도 증권가 (사진=IB토마토)
 
검찰과 금융당국이 증권업계를 대상으로 날선 수사에 나서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판매사에만 모든 책임을 씌우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법상 사기에 해당하려면 우선 사기를 의도한 자의 고의와 위법적 기망행위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이 구성 요건에 따라 상대방의 착오가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통상적 매매 행위가 아닌 투자의 경우, 손실 리스크가 당연히 전제돼 있다. 이 때문에 운용사의 인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내부 인원이 회사 몰래 작당해 계획적인 조작과 기망행위를 한 상황에서 모든 손실 책임을 판매사에 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민법 제110조에 의한 '사기적 계약 취소'를 결정한 전례는 없다. 앞서 100% 배상안이 도출된 라임 무역 펀드와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로 민법 제109조를 적용했다. 또 주요 판매사의 책임 판별에서도 역시 '착오 취소'에 따른 불완전판매를 적용했다.
 
이상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가 지난 2020년 한국상사판례학회에 기고한 '금융투자업자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민법상의 계약취소 가능성에 관한 법적 연구'에서 판매회사는 금융상품 판매 시 자산운용사의 상품의 투자구조에 대한 주요설명 내용에 대해 확인과 투자자에게 정확하게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품의 위험성과 판매회사의 행위영역에 따른 설명의무를 고려해 각 금융상품마다 설명의무가 차등적으로 부과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금융 전문 법무법인 변호사는 <IB토마토>에 "판매사도 해당 금융상품에 대해 어느 정도 관리책임의 역할이 있지만 일부 증권사 임직원이 회사도 모르게 기망행위에 참여한 만큼 판매사 입장에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을 것"이라며 "원칙적으로는 자금을 끌어모아 허위로 운용한 운용사에 책임을 물어 자금의 행방이 어디인지 찾고 복구에 나서야 하나 투자자에게 보상이 시급한 시점에서 그 부담을 판매사에게 짊어지게 해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