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수익성 악화에…'11조 빚' 줄이기 총력
상반기 매출 늘었지만 영업익 급감
차입금 6500억원 줄여도 차입금의존도 50% 넘어 '비상'
공개 2023-08-28 06:00:00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현대제철(004020)이 반년 만에 차입금을 6475억원가량 줄이면서 재무건전성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철강업계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전히 차입금의존도가 위험수준을 나타내고, 이자부담도 만만치 않아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제철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현금 확보, 차입금 축소를 이어나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울러 열연강판 가격 인상을 통해 차입금 축소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현대제철)
 
24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올해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은 10조881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1조5293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말 대비 5.6%(6475억원) 줄어든 수치다. 실제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차입금 상환으로 인해 재무활동현금이 상반기에만 8066억원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차입금과 사채 등 총차입금 상환에 쓰였다.
 
특히 현대제철은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으로 현금을 2억원 밖에 벌지 못하며 투자활동현금으로 현금 유출을 일부 감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투자활동으로 2264억원이 유입됐다. 여기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및현금성자산으로 차입금을 상환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조782억원으로 지난해 2조1731억원에서 949억원 줄었다.
 
현대제철이 차입금 상환에 나선 이유는 최근 업황 악화에 따른 수익성 감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기 전에 재무건전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현대제철은 23조6669억원의 역대급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조4475원에서 1조6166억원으로 33.4%나 줄었다. 여기에 철강 판매량도 1829만톤으로 2021년(1911만톤)보다 4.3% 줄었다.
 
다만, 대규모 차입금 상환에도 현대제철은 여전히 높은 차입금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현대제철의 차입금의존도는 55.4%에 달한다. 안정적이라 평가되는 30% 이내를 훨씬 벗어난 수치다. 여기에 높은 차입금으로 인한 이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현대제철은 올해 상반기 이자비용으로 2137억원을 지출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7990억원)의 26.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차입금 상환이 지속되면서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도 줄었다.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2조782억원으로 지난해 2조1731억원에서 949억원 줄었다.
 
한편, 현대제철은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에 대해 중국 법인(베이징, 충칭) 청산으로 '유형 자산 및 금융 자산'이 선반영되며 현금 유입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현대제철 충칭법인은 2015년 설립 이후 2016년부터 적자가 지속되며 지난해 적자액은 156억원에 달했다. 현대제철이 적자였던 중국 법인을 청산하면서 앞으로 수익이 개선되는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9월 열연강판 가격 인상…수익 늘려 차입금 감축 이어가나  
 
현대제철은 9월부터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늘려 차입금 상환에 나설 예정이다. 9월부터 연말까지는 전통적으로 철강 수요 성수기라 판매 가격 인상으로 수익을 확대하고 그 재원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겠다는 전략이다.

하반기 철강 제품 가격은 전방위 인상이 유력하다.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이 점쳐지고 있고, 자동차용 강판 가격은 톤당 1만~3만원까지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철강 가공사들에게 공급하는 열연강판 가격을 9월부터 톤당 5만원씩 인상한다.

특히 현대제철은 3분기부터 수요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격 인상과 판매 증가가 맞물리는 상황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맞춰 올해 자동차용 강판 목표치를 기존 525만톤에서 530만톤으로 상향조정했다. 제조사별로 강판 공급 가격에 차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현대제철의 자동차 강판 분야 매출 증가액은 7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제철 측은 차입금 상환 배경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차입금을 줄이고 있는 것은 회사가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대응해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영업 환경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차입금 축소를 이어나갈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정준우 왜?(Why?)에 대한 답변이 되는 글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