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전, 가시밭길 예고…5파전 속 완주 기업 있을까
인수 후보 5사, M&A로 사세 키운 공통점…이번에도 통할지 관심
보통주·영구채 전환·경영권 프리미엄까지…인수가 8조원까지 전망
코로나 이후 해운업계 불확실성 증가…"FI는 지분 가치 올라야 참가"
공개 2023-08-09 06:00:00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7년 만에 시장에 매물로 나온 HMM(011200) 인수전에 여러 기업들이 후보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불확실성 또한 커지는 분위기다. SM그룹·동원그룹(지주사 동원산업(006040))·하림(지주사 하림지주(003380))·LX(지주사 LX홀딩스(383800))·글로벌세아 등의 원매자들이 6조원 이상이 예상되는 거래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기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고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해운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FI의 소극적 참전으로 인수전을 완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인수를 한다고 해도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진=HMM)
 
해운·물류 사업 확장·신사업 차원에서 관심 가져
 
하림그룹·LX·동원그룹·SM그룹·글로벌세아가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각 그룹이 HMM 인수를 원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글로벌세아를 제외한 4곳은 각각 해운업이나 물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HMM 지분 인수로 경영권을 획득한다면 기존 사업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글로벌세아는 HMM 인수를 통해 해운 사업으로 사업 확장을 꾀할 수 있다. 다섯 기업 모두 M&A로 사세를 키워왔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나 HMM의 높은 몸값이 발목을 잡는다. 매각 대상으로 나온 HMM 주식은 보통주 1억9879만156주에 CB·BW 전환분 2억주로, CB와 BW 전환 물량을 포함하면 HMM 전체 지분의 38.9%다. 7일 기준 HMM 종가로 환산하면 6조9429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인수자가 보통주와 CB·BW 전환분까지 모두 인수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해 인수 규모가 8조3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고금리도 자금 조달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일례로 하림이 팬오션을 인수했던 시기 한국은행 기준 금리는 2%를 하회했지만, 올해 8월 한국은행 기준 금리는 3.5%다. 실제 자금 조달에는 이보다 더 높은 이자가 적용될 공산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집단대상 지정 평가에 따르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의 자산가치는 하림(17조210억원), SM그룹(16조4370억원), LX(11조2730억원), 동원산업(8조8750억원), 글로벌세아(6조60억원)이다. 인수 후보로 오른 기업들이 매물로 나온 보통 주식과 CB, BW까지 전량 자력으로 인수하기에는 무리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장 현금성 자산이 많은 하림도 그룹사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조4891억원이라 외부 도움으로 인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 회사들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체 자금과 함께 FI와 연합, 자산재평가를 통한 자금 조달이 거론되고 있다. FI와 연합을 통해 자금 조달 능력을 더 끌어올리고, 부동산 등 자산 가치를 재평가해 대출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특히 자산재평가 방식은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발생시킨다.
 
자체 인수는 어려워…FI 손잡을 가능성 높아
 
현재 다섯 기업 중 FI와 파트너십이 확인된 곳은 하림이 유일하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함께 HMM 인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하림과 JKL파트너스는 2015년 힘을 합쳐 팬오션을 인수한 바 있다. 다만, 팬오션 인수 규모는 1조원이었지만 HMM 인수는 수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금 마련 난이도가 그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림 측도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인수 참여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라 밝혔다. 하림 측은 "인수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깐 JKL파트너스와 함께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혀 JKL파트너스와 함께 하고 있음을 밝혔다. 하림 측은 인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인수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하림그룹은 2015년 팬오션 인수, 2021년 이스타항공 인수 타진 등 물류업에 대한 확장 의지를 보여준 전력이 있어 HMM 인수에 상당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림이 HMM 인수에 성공할 경우 벌크선 사업과 컨테이너선 사업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동원그룹은 자체적인 자금 동원력은 적지만 형제사인 한국투자증권지주라는 우군이 있어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지주는 2003년 동원그룹에서 계열분리된 금융사다.
 
동원그룹 측은 한국투자증권과의 연합에 대해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현재 투자설명서를 수령해 인수를 검토하는 단계에 있고,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인수전에 참전하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 논의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LX 역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인수에 관해 공개적인 행보를 자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X그룹의 전체 현금성 자산은 1조5071억원이다. 이 중 주력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과 LX판토스의 현금성 자산이 8717억원에 달한다. LX의 물류 계열사들이 HMM 인수에 주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IB토마토>는 LX의 자금 조달 방안 등을 묻기 위해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글로벌세아는 M&A를 여러 차례 성공시킨 이력을 바탕으로 사모펀드와 손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쌍용건설 인수에 이어 초대형 인수인 HMM까지 감당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자산 매각 등의 방법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세아 측은 자금 조달에 대해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별도의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SM그룹은 우오현 회장이 공개적으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조5천억원을 인수 상한선이라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인수전이 과열될 경우 인수전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다. SM그룹은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SM상선과 대한상선 등 해운 계열사를 통한 인수 지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IB토마토>는 해운 계열사를 통한 SM그룹의 HMM 인수 가능성에 대해 물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해운업계 불확실성 소용돌이…FI 완주 어렵다는 의견도
 
어떤 기업이든 간에 HMM을 성공적으로 인수한다 해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운업계가 매출 정점을 찍은 모습인데, 몸값이 한껏 높아진 상태에서 인수한다면 나중에 이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의견도 상당하다. 이익을 내야 하는 FI 입장에서는 인수 후 사업이 호조를 보여야 한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인수에 참가하지만, 현재 해운업계의 상황은 불확실성이 퍼지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HMM은 올해 매출이 7조9920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8조6천억원보다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엄밀히 말해 코로나19 이전 정상적인 사업 실적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과거 2년의 이례적 실적을 근거로 실적 악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해운업계는 직전 2년간 이례적인 호황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해운업계 매출 하락은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크게 올랐던 해상 운임이 과거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운임만 하락했을 뿐 물동량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완화됨에 따라 운임은 2019년 수준보다 더 낮아졌다.
 
해운업계에 정통한 현대그룹 출신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전략 투자가들은 지분 가치에 일희일비하지 않겠지만, FI라면 향후 매각 때문에 업황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 말했다. 인수 후 FI들이 지분 매각에 나설 때 해운 업계의 상황이 불확실하다면, 그것 또한 인수전 참가 여부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현재 해운업계는 전망이 크게 효용이 없다는 말도 나올 정도로 예측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일례로 경기 침체로 인해 선박 임대업자(NOO)들이 운영하는 선박 용량이 유휴 상태로 전환될 것이란 예측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정 반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해운업계 한 종사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해운 업계의 불확실성에 대해 "지난해 해운업계의 역대급 호황은 해상 운임 급등에 따른 영향이 크다"라면서 "예전(코로나19)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예전대로 돌아가지 않고 예측 밖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해운업계는 올해와 내년 해운 선복량은 연간 6~7% 증가를 예상하지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수요 감소가 맞물려 해운업계가 하방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어 앞으로 해운 업계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타나고 있다. HMM의 주력 사업이 경기 변동에 즉각 반응하는 컨테이너선 사업이기 때문에, 향후 경기 변동에 따라 HMM의 사업 실적도 궤를 같이 할 개연성이 높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정준우 왜?(Why?)에 대한 답변이 되는 글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