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매입확약점검)①미래에셋증권, '발등의 불' 1100억 불확실성에 조마조마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대체자산 건전성 저하 가능성
만기 임박한 가양동 CJ부지 개발 사업…난항 끝 재개
정치권 리스크로 시장 의문성 증가…신뢰 회복 자구책 필요
공개 2023-08-07 06:00:00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증권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는 27조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채무보증 잔액은 21조8600억원으로 연체율은 1분기 10.38%에서 15.8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금융업권 중 가장 빠른 증가속도를 보였다. 가장 문제가 되는 '매입확약'은 시행사가 대출 상환에 실패 시 확약을 맺은 증권사가 대신 대출금을 갚거나 차환 부족분을 매입하게 돼 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증권사 별 국내외 부동산 매입확약 현황과 확약을 맺은 부동산 현장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 가양동 CJ(001040) 공장부지 사업을 두고 미래에셋증권(006800)이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매입확약 건 중 가장 큰 1100억원 규모인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개발 사업장은 올해 초 전임 강서구청의 허가 취소로 한차례 홍역을 치러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는 다시 재개됐으나 한번 훼손된 신뢰와 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는 미래에셋증권이 풀어야 할 과제로 뽑힌다.
 
대체투자 늘려온 미래에셋증권
 
(사진=미래에셋증권)
 
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이 지급보증을 진행한 부동산 사업장은 총 51곳, 액수로는 총 1조1136억원이다. 이 가운데 오는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사업장은 3곳, 액수로는 총 1164억원으로 전체의 10.2%를 차지했다.
 
'매입확약'은 시행사가 PF 대출을 갚지 못하거나 투자자 이탈 등으로 유동화증권 차환 금액이 부족한 경우 매입확약을 진행한 금융사 또는 증권사가 대신 대출금을 갚거나 차환 부족분을 매입해야하는 계약조건을 말한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매입확약을 포함한 지급보증 규모는 지난해 말 1조2309억원에서 올해 1분기 기준으로 1173억원 감소했으나,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은 2022년 말 2.6%에서 3.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의 실물자산 대체투자 중에서는 호텔리조트와 오피스 비중이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피스 부분 투자에서 해외 오피스의 경우, 해외 상업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한 대체투자자산의 수요 저하와 금리상승으로 인한 캡레이트(Cap rate, 매입비용 대비 임대순수익)와 조달비용 간 역전 우려 등이 있었다. 다만 국내 오피스의 경우 재택근무 해제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공실률이 낮아졌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규희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그룹차원에서 국내·외 대체투자자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왔다"라며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리 상승기조 지속에 따라 국내·외 부동산 경기가 하강하면서 전반적인 대체자산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8월 만기가 돌아오는 1100억원 매입확약
 
  
올해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매입확약 중 가장 큰 규모는 에이치알나인이건이다. 총 1100억원 규모로 만기는 이달 16일까지다. 에이치알나인이는 개발 사업의 유동화증권의 발행과 상환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Company)로 주관 사업은 서울특별시 강서구 가양동 CJ공장부지에서 진행되는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이다. 다올투자증권(030210)이 회사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미래에셋증권이 회사의 자산관리를 담당한다.
 
총사업비가 4조원에 달하는 서울 가양동 CJ공장부지 개발사업은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인근 강서구 가양1동 92-1번지 11만2587㎡ 부지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연면적 46만㎡) 1.7배 크기의 업무·상업·지식산업센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NICE신용평가가 작성한 에이치알나인이의 신용평가서에 따르면 해당 계약 내용은 에이치알나인이가 인창개발과 현대건설(000720) 등 건설사(이하 차주)와 체결한 대출약정에 따라 2022년 11월18일 1100억원 한도의 1회차 유동화전자단기사채(이하 유동화증권)를 발행했다. 에이치알나인이는 유동화증권 차환발행대금과 기초자산의 관리·운용·처분에 따른 수익을 통해 이미 발행된 유동화증권을 상환하게 돼 있다.
 
기초자산 신용위험은 미래에셋증권의 한도 1100억원의 사모사채 인수확약으로 통제된다. 아울러 미래에셋증권은 사모사채 발행사유가 발생한 경우 유동화회사가 발행하는 사모사채를 인수하고, 인수대금을 유동화회사에 납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현대건설 담당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업은 최근 다시 사업이 재개돼 인허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사업을 위해 발행된 유동화증권의 경우 자동 만기가 연장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기 이후 이율 등의 조건 변경에 대한 질문에서는 "시장 금리 변동에 따른 조건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라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재개된 사업 현장에서 본 가양동 부동산
 
서울 가양동 CJ 공장부지 개발사업은 수도권 오피스 수요 회복으로 무난한 분양이 예상됐다. 하지만 올해 2월 강서구는 갑작스레 소방시설 등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이유로 인가를 취소했다. 이에 사업 시행자인 인창개발은 인가를 획득한 지 5개월 만에 취소를 통보받게 돼 한차례 파국을 겪어야 했다. 당시 강서구청은 소방기관과의 협의가 없었고 구청장 보고 없이 사무관 전결로 처리한 점을 이유로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지자체와 시행사간 소송전으로 확대됐다.
 
일각에선 강서구청의 갑작스러운 사업중단에 대해 당시 구청장이었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정치적 치적 쌓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간발의 차이로 당선된 김 전 구청장이 일정 금액 이상의 추가 기부채납을 받아주지 않는 한 일절 대응하지 말라고 주문했고, 시행사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추가 기부채납에 대해 소극적이자 갑작스러운 사업 중단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결국 가양동 지식산업센터 사업은 김 전 구청장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지난 5월18일 대법원의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확정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하고 나서야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다. 이후 시행사인 인창개발은 구를 대상으로 한 소송 취하와 함께 인가를 재신청했고 구의 재심의로 사업이 재추진됐다.
 
서울 가양동 CJ 공장부지 철거 현장 (사진=IB토마토)
 
하지만 가양동 지구 현장에서 들리는 가양동 지구 부동산 분양에는 아직까지 물음표가 남아 있다. 올해 초 불거진 정치권발 공사 중단과 더불어 분양계획과 시장의 반응 또한 아직까지는 불확실하다는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은 매입확약 관련 부동산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에 대해 증권사들의 신뢰회복 노력과 버틸 수 있는 체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 진단했다.
 
<IB토마토>의 현장 취재에 따르면 현재 가양동 지구 인근 부동산 중개업체들은 현장 부근에 '마곡 지구 부동산 투자 상담 환영'이라는 문구를 걸어뒀다. 하지만 상당수 업체가 여름휴가를 간 상태로 개발 투자 진행이 활발히 회복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아직까지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현지의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초 중단된 공사가 다시 진행돼 지금은 현장에서 열심히 철거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라며 "올해까지 철거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 분양에 나선다는 소문이 있지만 이제 삽을 뜨기 시작한 시점에서 언제 분양이 시작되고 시장의 반응이 어떨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시장에서 매입확약이란 일종의 보증을 선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이미 진행된 건에 대해서 증권사들은 책임을 지고 체력이 다할 때까지 버티거나 아니면 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나름의 자구책을 추진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