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삼성페이 무료 유지에도…페이 수수료 후폭풍 여전
삼성전자는 상생 택했지만 카드사 긴장
공개 2023-07-24 06:00:00
[IB토마토 장용준 기자] 카드업계가 삼성전자(005930)의 삼성페이 수수료 무료 정책 유지 결정으로 상생 희망을 이어갔지만, 애플페이 국내 도입으로 촉발된 간편결제 수수료 유료화 확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에 대해 카드업계는 사측이 목소리를 자제하는 동안 오히려 노동조합이 금융당국의 정책에 불만을 표출했고, 국내 토종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과 협상테이블에 앉을 날이 다가오는 분위기다.
 
삼성페이 실행화면(사진=삼성전자)
 
삼성페이 수수료 유료화 전환 둘러싼 갈등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삼성페이 수수료 무료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카드사들과 재계약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카드사와의 세부 계약 기간과 조건 등은 추후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최근 카드사들은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수수료 유료 전환 여부는 유예기를 맞았다. 지난 2015년 삼성페이 서비스 시작 이후 삼성전자와 맺은 '삼성페이 앱카드 서비스 운영 협약'의 '수수료 무료 정책'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카드사들은 조달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 영향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카드사들과의 상생에 무게를 뒀지만 언제까지나 삼성페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이어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지난 3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의 국내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결제 건당 0.15%의 수수료를 내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이는 카드사들과의 계약을 매년 자동 연장해 왔던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이례적으로 카드사들에게 '8월10일 이후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라는 공문을 보낸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카드사들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하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급격히 올라가는 금리에 조달비용의 압박도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결제 수수료 유료화는 당장의 실적부터 감소시키는 악재"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수수료 유료화를 요청한다면 이를 거부할 마땅한 명분도 없어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전업카드 8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7912억원)보다 28% 감소한 5686억원으로 업황이 악화한 상황이다.
 
반면 삼성페이를 중심으로 간편결제 시장은 점차 규모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의 '2022년 중 간편결제?간편송금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일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건수는 2020년 1454만건에서 2021년 1981만건으로 증가했고, 2022년에는 전년보다 18.2% 증가한 2342만건에 달했다. 같은기간 이용액도 4492억원에서 6065억원, 2022년에는 전년보다 20.8% 늘어난 7326억원에 증가세를 이어갔다.
 
아울러 지급결제업계에선 삼성페이의 이용자는 약 2000만명, 하루 결제대금이 1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애플페이 수수료 0.15% 수준을 적용하면 하루에 2억7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30일이면 81억원, 1년이면 985억5000만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을 카드업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었다는 의미다.
 
 
 
카드노조,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제도 폐기 주장
 
이 같은 위기의식 속에 카드사 사측보다 노조의 목소리가 커졌다. 금융당국이 카드업계와 카드사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구성한 카드산업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제도 폐기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정종우 카드사노조협의회 의장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카드수수료 인하에 최근에는 애플페이 수수료를 시작으로 삼성페이,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서비스의 유료화까지 검토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재산정 주기를 5년 연장하는 것만으로 마무리하려는 것은 수수료 인하, 조달비용 상승, 대손비용 증가와 페이 수수료 부과라는 사중고에 처해있는 카드노동자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태"라고 강변했다.
 
현행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은 3년에 한 번씩 적격비용 재산정(자금조달 비용이나 위험관리 비용, 마케팅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원가를 재산정)하고 난 후 책정된다. 이 수수료율은 지난 10여년간 재산정 때 마다 지속적으로 인하돼 왔고, 현재 국내 전체 90%가 넘는 영세가맹점들이 0.5%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이어지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 카드업계와 함께 카드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TF를 구성했다. 이후 원가 재산정 주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올 3분기 내에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페이와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서 국내 카드사로부터 수수료 유료화 대신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지원하는 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설도 돌았다. 수수료 유료화에서 한 발 물러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앞서 국내에 애플페이가 쉽게 도입되지 못한 이유가 해당 서비스 적용이 가능한 결제 단말기의 구비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었는데, 이는 삼성페이 결제가 가능한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Magnetic Secure Transmissoin) 기술이 적용된 결제 단말기가 카드사 가맹점을 선점하고 있었던 영향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애플페이가 글로벌 표준인 근거리무선통신(NFC:Near Field Communication) 결제 단말기 시스템에 기반했음에도 국내에 자리 잡지 못한 게 삼성전자와 국내 카드사들의 교감으로 이뤄진 것이다 보니 시장 유지 역시 상생에 기반을 둔 것"이라며 "삼성전자로서도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에 대한 섭섭함은 있었다 하더라도 그간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점을 간과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카드사와의 상생을 선언했고, 카드사들은 삼성페이를 시작으로 애플페이는 물론이고, 국내 토종인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의 간편결제 수수료 전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잠시나마 내려놓게 됐다.
 
다만 카드업계는 삼성전자가 한 발 물러났다고 해도 간편결제시장 수수료 유료화 시기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