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주년 기획: 디지털화로 간다)④AI 육성 갈길 먼 제조업…진입장벽 낮추는 정부
지멘스·GE 등 생산 시스템에 AI 도입…생산량 증가 및 불량률 최소화
국내 대기업 위주 AI 도입…시간 및 비용 절감도
제조업 특성상 데이터 수집 어려워…SW 공급기업과 수요기업 인식 차이도 진입장벽
정부, AI 내재화 위해 2025년까지 610억원 투입
공개 2023-07-20 06:00:00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는 세계 경제 흐름을 뒤흔드는 경영 전략 키워드가 되면서 기업들은 디지털 선구자 자리를 위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부터 스타트업 깊은 곳까지 파고든 디지털은 비용 절감 및 가치 제고를 위해 활용되는 등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IB토마토>는 창간4주년을 맞아 경제 위기 속 디지털 고도화의 물결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현주소와 전략을 담아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금융·산업을 아우르는 디지털화의 활용과 문제점 등 현안을 5회에 걸쳐 톺아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국내 제조업은 디지털전환(DX)이 요구되면서 인공지능(AI) 적용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활용도가 낮은 상황이다. 산업부 및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부처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데이터 수집이 쉽지 않아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따르면 국내 주력 산업 분야는 전반적으로 DX 수준이 저조하고, 산업 AI 활용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의 디지털활용률은 9.4%, AI 활용률은 1.6%에 불과해 금융업이나 통신업 대비 매우 낮았다. 제조업 분야에서 AI를 도입한 기업은 2019년 1656개(2.3%), 2020년 1065개(1.6%), 2021년 1135개(1.7%)로 사실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조업은 공장 및 플랜트에서의 AI 이행을 위한 변화를 목격하고 있으나 AI, 기계적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다수 제조기업들은 공정 운영기술(OT)환경이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고, 독자적으로 갖고 있는 데이터가 있어도 산재되어 있거나 표준화되지 않아 데이터 취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재화하자니 비용과 전문성 측면에서 진입장벽이 있고, 외주를 주자니 비밀유지 보안에 신경 써야 하는 처지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기벤처부 중심의 인공지능 제조 플랫폼(KAMP)을 가동하거나 산업 AI 내재화 전략 등을 발표하며 기업들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데 제조업 특성 반영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종별 인공지능 기술 및 서비스 이용률(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NIA)
 
지멘스, 디지털 트윈 기반 DX 성공 사례…20년간 생산량 13배 증가
 
제조업에서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AI 분야는 △딥러닝을 기반으로 제품 불량을 가려내는 머신 비전 검사 △기기나 설비 고장 여부를 사전에 예측해 정비할 수 있게 하는 예지정비 △현실의 기기나 설비를 가상공산에 구현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가상 시운전, 혹은 디지털 트윈이 있다.
 
해외에서 가장 성공적인 DX 사례로 꼽히는 것은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이다.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데이터가 연속성을 가지도록 협업 플랫폼을 구성했고, 공정별 데이터를 디지털 트윈으로 확보해 현장에 나가지 않고도 생산라인을 모니터링 및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디지털 트윈을 통해 제품 설계부터 생산 계획, 생산 공학 및 실행을 거쳐 물류 시뮬레이션까지 가상 시제품을 제작함으로써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 20년간 생산량이 13배 증가했고 1000종이 넘는 제품 연 1200만개를 생산하면서 불량률은 0.00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GE의 프레딕스(Predix) 플랫폼에는 '분석 및 기계학습'이라는 모듈이 포함되어 있다. 각종 산업용 애플리케이션들의 생애주기 관리를 위한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GE는 공장 설비에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수집, 설비 및 공장을 사물인터넷(IoT)로 연결해 사전에 설비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등 예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모션 AI 기반 솔루션(사진=현대모비스)
 
국내 일부 대기업, 공정 및 설계 단계에서 AI 도입 중
 
국내에서도 일부 대기업은 공정에 AI 기술이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AI 기술을 통해 철골 구조물 자동설계 시스템을 개발해 3~4일 걸리던 설계시간을 10분 이내로 단축했고, 설계 비용도 약 20%이상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S ELECTRIC(010120)은 산업 IoT 구축, 생산예측 및 품질관리 AI 솔루션을 적용하여 생산비용을 20% 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배터리 제조공정 중 커팅 공정에 AI 기술을 적용해 공정 설비 수명을 진단하고, 99% 정확도로 고장 시점을 예측하고 있다. LG엔솔은 생산성과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 신설 공장에도 스마트팩토리를 적용할 방침이다.
 
현대모비스(012330)는 작업자 인식 AI 알고리즘과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자체 개발해 현장 구축에 성공하면서 향후 다양한 공정에 적용 가능한 비디오 기반의 공장 이상감지 AI 선행기술을 확보하고, 현장의 안전관리 강화와 생산 효율화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게 됐다. 현대모비스는 창원공장 조립라인에 비디오 분석 AI 기술을 적용한 데 이어 딥러닝 모델 및 데이터 관리체계 구축을 고도화하고 더 많은 생산공정으로 확대 전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김천 램프공장 일부 라인을 대상으로도 해당 솔루션의 시범 적용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소재 등의 연구개발(R&D) 단계에서는 주로 연구원과 대학 등에서 데이터베이스(DB) 구축부터 진행하고 있는데, LG화학(051910)삼성SDI(006400)의 경우 리튬 2차전지 전극 소재 및 전해질 첨가제 등에 전산 재료 검사(Computational Materials Screening) 방법으로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기업 내부에서 비공개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AI 공급 현황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업계 한목소리 "데이터 수집 어려워"
 
다만, 지멘스와 같이 디지털 트윈을 통해 공정 전체에 AI를 적용하거나, 산업 전반에 AI 적용이 확산되기까지는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을 가장 큰 진입장벽 요인으로 꼽고 있다. AI 등 머신러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활용 가능한 다량의 데이터가 확보되어야 하는데, 국내 제조업 특성상 데이터 수집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치민 웨다 대표이사는 "제조업 특성상 구축기업 자체 데이터도 있지만, 외부업체의 데이터도 혼재해 존재하다 보니 함께 관리할 수 없어 어려운 점도 있다"라며 "제조분야는 데이터 분석에만도 수개월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나 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NAVER(035420)), KT(030200) 등은 금융·개인서비스 분야에 집중하고 있고, 삼성에스디에스, 포스코ICT는 산업데이터 보안 등 이유로 자체 데이터플랫폼 개발하여 계열사에 적용하고 있다.
 
현장엔지니어들과 AI 솔루션 공급기업들의 상호 이해도가 낮은 점도 진입장벽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제조업체는 DX 추진 역량과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IT업체들은 현장 경험이 부족해 산업 수요 파악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부 작업자들은 AI 성능에 대한 불신, 일자리 대체에 대한 우려 등 이유로 AI 도입을 거부하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정책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7월 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 제정을 통해 산업 DX를 위한 종합 지원 근거와 정책 추진체계를 마련했지만, DX 정책 무게중심이 금융과 행정에 편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명확한 목적 없이 단순히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에만 그쳤고, 단편적인 디지털 기술 보급 위주의 정책 지원에 그쳤다는 평가다.
 
최민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AI 정책 및 기술개발은 산업 응용 목적 AI 기술보다는 일반 AI 기술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정보통신업체가 개발한 산업 AI 기술을 제조업체가 수월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기술거래 및 개방형 혁신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 관점에서 제조기업의 산업 AI 기술개발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는 민관 합동 산업디지털전환 위원회를 구성하고 AI 내재화와 육성, 제조업체들의 DX 역량 강화, DX 친화적 규제환경 마련을 전략으로 내세우며 2025년까지 610억원 투입할 예정이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