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주년 기획: 디지털화로 간다)⑤대기업-스타트업 맞손…숙제된 '기술 보호'
AI플랫폼으로 산업 혁신 주도 하는 기업…SK·KT, 디지털 플랫폼사 도약
스타트업, 주요 기업 흐름따라 관련 기술개발…루닛 등 자체 시장 발굴도
불공정계약으로 인한 기술 유출사례 지속 증가…정부, 징벌적 처벌 강화
공개 2023-07-21 06:00:00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는 세계 경제 흐름을 뒤흔드는 경영 전략 키워드가 되면서 기업들은 디지털 선구자 자리를 위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부터 스타트업 깊은 곳까지 파고든 디지털은 비용 절감 및 가치 제고를 위해 활용되는 등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IB토마토>는 창간4주년을 맞아 경제 위기 속 디지털 고도화의 물결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현주소와 전략을 담아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금융·산업을 아우르는 디지털화의 활용과 문제점 등 현안을 5회에 걸쳐 톺아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SKT·네이버(NAVER(035420)) 등 IT통신 분야를 비롯해 각 사업부문별 대기업들이 스타트업과 손잡고 인공지능(AI)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플랫폼을 활용해 산업 혁신을 주도하려는 주요 기업들의 전략 변화에 따라 관련 서비스 개발도구를 만드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창업이 늘어나고 기존 주요 기업들과 협력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산업스파이와 불공정계약 등으로 인한 기술 탈취 피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2.6조 규모로 성장…5년간 연평균 14.9% 성장 기대
 
19일 인터내셔날데이터코퍼레이션코리아(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 시장은 2023년 전년 대비 17.2% 성장해 2조6123억원의 매출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해당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4.9%를 기록하며 2027년까지 4조4636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다양한 산업에서 AI 채택을 가속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디지털 기술과 산업 기술이 융합된 AI생태계 강화가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실제로 운송·교통, 기계, 무선장비,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기술을 접목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향후에는 더 많은 분야와 기업에서 AI 관련 투자를 이어가면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발표한 보고서 ‘인공지능 산업의 VC 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약 23년간 303건을 투자, 20억달러(한화 약 2조5320억원)를 투자해 왔다. 투자 건수나 규모, 기업 설립 등 양적 지표에서는 미국(투자건수 1만6368건·투자규모 약 1550억달러) 등과 비교하면 최하위 수준이었으나, 건당 투자 규모가 크고 투자 건수나 투자 규모의 성장률은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최근 AI 경쟁국과 비교 시 상대적으로 교육(에듀테크)에 대한 투자가 크게 이뤄졌다. 루닛, 산타토익 등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업체가 속한 시장이 확대되면서 투자 유치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루닛은 2013년에 설립된 딥러닝 스타트업으로 2014년부터 의료영상 분야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1세대 의료 인공지능 기업이다. 지난해 7월 코스닥 상장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364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토익 학습 애플리케이션 '산타토익'으로 유명한 인공지능(AI) 기반 교육 기술 기업 뤼이드는 브라질 파라나주 주정부 산하 IT 공기업 셀레파(Celepar)와 AI 교육 설루션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외형을 넓혀가고 있다. 
 
최새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화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은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최근 스타트업들은 자체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면서 성장해나가고 있다”라며 “의료 AI 기업인 루닛의 경우에도 자체 시장을 확보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
 
스타트업 기업들, 기업 혁신전략에 발맞춰 응용 서비스 개발 
 
한국인공지능협회에 따르면 최근 AI플랫폼을 활용해 산업 혁신을 주도하려는 주요 기업들이 늘어남에 따라 AI 응용 서비스 개발도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과 같은 주요 기업의 수요에 맞춰 기술을 개발해나가는 셈이다.  
 
최근에는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비즈니스 자동화를 위한 AI 애플리케이션(앱)과 플랫폼 구현에 대한 수요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기업들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AI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SK텔레콤이 스타트업 스캐터랩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캐터랩은 챗봇 '이루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양사는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감성대화형'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지식과 감성 영역의 초거대언어모델(LLM) 개발 등 초거대 AI 전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스캐터랩에 15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앞서 SK텔레콤(017670)은 ‘AI 컴퍼니 전환’을 선언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AI 사업에서 협력하고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기 위한 ‘K-AI얼라이언스’를 출범한 바 있다. 초기 멤버로는 팬텀AI, 사피온, 베스핀글로벌 등 7개 기업이 있으며 스캐터랩과 AI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기업 ‘씨메스’,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용 AI 전문기업 ‘마키나락스’, AI 개발 플랫폼 기업 ‘프렌들리에이아이’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KT(030200)는 지난 2020년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을 전략으로 발표하고 AI 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3.0% 증가하면서 25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998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매출액 25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영업이익은 1조6900억원으로 2년 연속 1조60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 한국표준협회, 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함께 시스템반도체와 로봇 분야 초격차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혁신분야 창업패키지 민간검증 트랙에 참여키도 했다. KT는 리벨리온과 모레 등과 함께 한국형 AI반도체 풀스택을 위한 동맹을 구축해 AI산업 공룡인 엔비디아에 대한 국내AI인프라 의존도를 낮추고 대한민국 AI반도체 자립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현대차(005380)는 비전 AI 기술기업 스트라드비젼,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보스반도체, 소프트웨어(SW) 안전성을 검사하는 슈어소프트테크 등에 투자하면서 전기차·자율주행 차 등에 적용 가능한 맞춤형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AI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교원그룹은 지난 2019년부터 투자 연계형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또한 디지털 AI 휴먼기술 기업인 딥브레인AI과 '실사형 AI튜터'를 개발한 바 있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이 스타트업과 협력을 늘리는 데에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AI와 자동화 기술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스타트업체와 손을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술탈취 피해 증가…“징벌적 손해배상 등 보호 장치 필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AI 스타트업 창업이 늘어날수록 기술탈취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기술탈취 피해는 불공정거래 또는 연구인력 유인으로 핵심기술을 유출하는 산업스파이 등에 의해 발생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법적 대응에 나서기에는 인력 부족과 증거 입증의 어려움 등으로 사실상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기술탈취에 대한 법 위반이 인정된 사례는 5128건 가운데 8건으로 0.2%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중소기업의 특허심판 패소율은 84.6%에 이른다. 
 
중소기업 기술유출 피해 현황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피해 경험은 2018년 1.5%에서 2020년 1.7%로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대기업에 의한 스타트업 기술 도용과 영업비밀 침해를 막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을 현행 3배에서 5배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피해기업 지원과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한 제재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지난 4월 시행된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을 전면 개정한다. 또한 지난해 2월 시행된 상생협력법 개정을 통해 기술 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을 현행 3배에서 5배까지 강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은 기술탈취가 발생한 이후 사후 처벌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중기부는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한 사전 예방부터 조사·수사, 분쟁조정, 사후 구제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서 관련 부처·기관 간 정책적 공조와 지원을 강화해 정책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혁신형 스타트업에 비밀유지계약 체결 등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하고, 신제품 모니터링을 통한 침해 경보를 제공, 설계 도면이나 기술 자료의 디지털 저장을 통해 거래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전 예방 대책을 지원해나갈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이전에는 피해액 대비 돌려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 금액이 현저히 낮았지만 이제는 피해액보다도 많은 손해배상을 처벌받을 수 있고 기존 기업들에게도 타격을 입을 정도로 늘었기 때문에 예방효과도 충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박예진 쉽게 읽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