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BNK자산운용, 내집 두고 셋방살이 왜?
해묵은 규제·이중잣대 논란에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
공개 2023-07-04 17:39:51
[IB토마토 장용준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과 BNK자산운용은 수십년 전 만들어진 해묵은 규제로 내 집을 두고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대표적 자산운용사들로 꼽힌다. 부동산 펀드가 편입한 자산에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입주하지 못하게 한 '자본시장법 85조'가 엄격하게 적용된 탓이다. 업계에서는 달라진 금융 시장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사진=연합뉴스)
 
자본시장법 85조로 셋방살이 못 면하는 자산운용사
 
4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에 금융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에서 고유계정과 신탁계정 간 거래를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85조' 재검토에 들어간 바 있다. 하지만 해가 바뀌었음에도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자본시장법 85조 재검토에 들어간 이유는 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소유한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셋방살이를 해야 하는 현실을 개선해 달라는 업계의 건의에 따른 것이었다.
 
현행법 상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부동산 펀드가 투자한 건물에 운용사가 입주하는 것은 위법으로, 빌딩 임대료(고유재산)를 자사 펀드에 내는 것은 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BNK자산운용은 지난 2020년 여의도 BNK금융타워(구 삼성생명빌딩)를 매입하고도 파이낸스타워로 이전했고, 앞서 2016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광화문 센터원빌딩을 나와야만 했다. 이 밖에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다수의 자산운용사도 자사 사옥에 입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자본시장법 85조'는 '고유계정과 신탁계정 간 거래 금지'로 1990년대 투신사들이 고유계정과 신탁형 저축계정간 불법 편출입을 통해 우량자산은 회사에게, 불량자산은 고객에게 넘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에는 필수적인 규제였으나 세월이 흐른 현재에는 그 수명이 다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는 과거와 달리 펀드 간 자전거래, 고유자산과 펀드 간 거래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당 규제가 부동산 펀드에만 적용되고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는 예외로 두는 것이 이중잣대라는 주장도 나온다. 리츠는 '자본시장법' 하의 펀드와 달리 '부동산투자회사법'의 적용을 받아 해당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자산운용사가 리츠로 빌딩을 매입해 입주하면 합법이지만, 부동산펀드로 매입해 입주하면 불법으로 규정된다.
 
자산운용업계 요구에도 신중한 금융당국
 
이에 업계는 이제는 불필요한 규제를 개정해 펀드로 건물을 매입한 운용사가 타 입주자와 차별 없이 합리적으로 임대료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공실률을 줄이면 투자자들에게도 유리할 수 있다는 이유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입주하지 못한 센터원빌딩이 자리 잡은 곳은 도심권역(CBD)으로 서울특별시 중구, 종로구 일대의 업무지구로 종각역~광화문역~서울역으로 이어지는 구역"이라면서 "금융업 쪽에서는 꼭 들어가고 싶어 하는 상징성이 있어서 입주를 하게 된다면 임대료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 5월 CBD 구역 오피스 공실률은 전년 5월 5.56%였던 것이 4.03%로 줄었고, 전용면적당비용은 5월 기준 19만3819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2818원(1.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그룹사에 다른 계열사들은 제 집에 들어가는데 자산운용사는 셋방살이를 하다 보니 효율적인 그룹 운영에도 제약이 따른다"라면서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내에서 우량자산만 빼 가고 부실 자산을 투자자에게 떠넘기던 건 이미 과거로 현재는 고유자산과 신탁자산 간 편입과 편출을 못 하게 돼 있고, 자전거래도 막아놓은 지 오래라 자본법 85조의 개정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하반기에 업계의 건의로 자본시장법 85조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맞다"라면서도 "다만 규제개혁 TF에 건의된 수많은 제안 중에 하나로 부작용 등을 고려해 당장 결론을 내기 어렵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