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 주자' 한화투자증권, 인도네시아 진출 성공할까
인니 칩타다나 증권·운용 지분 인수에 660억 투입
유동성 건전성 지표 우수…별도 자금 조달 없이 진행
공개 2023-07-06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화투자증권(003530)이 국내 증권사로서는 일곱 번째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하며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국내 금융사 해외진출 독려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한다. 다만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시장에선 한화투자증권보다 앞서 진출한 경쟁사들이 사업 안착에 난항을 겪고 있어 후발주자인 한화투자증권이 인도네시아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진출 막내 증권사 한화투자증권
 
6월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칩타다나 증권 본사에서 열린 인수 체결식에서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와 캐서린 지나 함발리 칩타다나 캐피탈 커머셔너(사진 왼쪽부터)가 인수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화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6월27일 인도네시아 칩타다나(Ciptadana)증권과 자산운용 지분 8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칩타다나증권과 자산운용은 인도네시아 재계 6위인 리포그룹 계열 금융회사로 한화투자증권은 인수 계약을 마무리하고 양국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연내 인수를 최종 완료할 계획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인수를 위해 사내 유보 현금 66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증권 인수에 493억원, 자산운용사 인수에 165억원을 지불할 예정으로 지분 80% 이외에도 칩타다나 캐피탈이 보유한 칩타다나증권과 자산운용의 지분 20%에 대해 콜옵션을 조건으로 달아 3년 후에 완전 자회사로 편입도 가능하게 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이번 인도네시아 금융사 인수는 전사적인 지원이 있었다. 인수 체결식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소재 칩타다나 증권 본사에서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와 캐서린 지나 함발리 칩타다나 캐피탈 커미셔너(감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칩타다나 증권 및 자산운용 인수계약을 통해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진출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라며 "한화투자증권의 역량을 기반으로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디지털 종합금융회사로 성장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쉽지 않은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한화투자증권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은 최근 금융당국의 국내 증권사 해외진출 장려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2월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국내 금융회사의 인도네시아 진출 지원 및 양국 간 금융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자카르타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열린 'K파이낸스 위크 인 인도네시아 2023' 행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 금융산업의 국제화는 금융권 종사자들의 오래된 고민이자 화두"라고 발언한 바 있다.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열린 'K파이낸스 위크 인 인도네시아 2023'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미래에셋증권)
 
금융당국이 이같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고 동남아시아 공략에 힘을 쏟게 된 이유는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서다. 증권업계는 그중 인도네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약 2억8000만명으로, 중국·인도·미국에 이어 4번째로 인구가 많으며 글로벌 경기 위축에도 지난해 5.3% 성장률을 달성하며 9년 만에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안착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한화투자증권보다 먼저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 증권사들의 수년째 흑자 전환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투자증권의 KIS인도네시아는 올해 1분기 1억3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5억8276만원, 지난해 3억1592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손실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 측면에서 큰 폭 개선이 이뤄지진 않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16년 인도네시아의 마킨타증권을 인수하며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지난 2021년 흑자를 시현했지만, 지난해 2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올해 1분기에도 8억원가량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키움증권(039490)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은 신한투자증권과 마찬가지로 지난 2021년 23억원가량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9억8000만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올해 1분기에도 6700만원가량 순손실을 기록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국내 증권사들의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의 수익은 총 210만달러(약 27억원)로, 베트남 현지법인 5690만달러(약 741억원), 홍콩 현지법인 1060만달러(약 138억원)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이 같은 한화투자증권 이전의 경쟁사들의 적자는 신흥국의 금융제도 미비와 시스템으로 인한 초기 사업 기반 구축 비용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업계와 전문가들은 금융사의 해외진출은 당장의 사업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사업 계획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신흥국 법인의 경우 현지 금융제도나 자본시장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아 진입 초기 비용은 많다"라면서 "증권업과 금융업에서 라이센스 문제도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평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최근 증권사의 해외시장에서의 합작·지분인수 같은 해외진출은 단기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현지 회사 현금 인수 통해 사업구축 비용과 이자부담 절감 전략
 
한화투자증권의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은 비용절감으로 요약된다. 현지 영업망을 갖춘 회사 인수를 통해 초기 사업 구축 비용을 줄이고 사내 유보 현금을 인수에 활용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이자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한화투자증권이 밝힌 인수 계획에 따르면 이전 칩타다나캐피탈이 보유한 칩타다나증권의 주식 인수를 통한 시장 진출을 진행한다. 양국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빠르면 연내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지 법인 설립이 아닌 현지 기업인수를 추진한 이유는 인도네시아 재계서열 6위 리포그룹 계열의 금융사인 칩타다나의 영업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한화투자증권은 회사 인수를 위한 별도의 회사채 발행이나 자금 조달 없이 사내 유보 현금을 통해 지분 인수를 진행한다. 이는 한화투자증권의 양호한 건전성 덕분으로 앞서 한화투자증권의 지난 실적 과 건전성 지표는 우수한 수준으로 관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유동성 비율은 162.8%로 이는 전년 말과 비교해 30.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자기자본비율도 △2019년 12.7% △2020년 11.1% △2021년 16.9% △2022년 14.2% 등으로 증권사 권고치(8% 이상)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했다.
 
이 밖에 순자본비율도 2019년 534.3%에서 2020년 558.6%로 24.3%p 상승했다가 2021년 766.0%(207.4%p 하락), 2022년 487.0%(279.0%p 하락) 등으로 2년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당국 권고치(100% 이상)를 웃돌았다.
 
다만 부채비율은 전년 말 대비 110.3%p 상승한 600.9%로 집계돼 우려감이 나타나지만 자본 기준 상위 15개사 평균인 704%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회사 내 자금 여력이나 유동성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돼 해외 진출 시 별도의 자금 조달 없이 진행하게 됐다"라며 "향후 인도네시아 사업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에 따른 비용도 불가피하지만 현지 영업망을 갖춘 회사의 인수를 통한 사업 진출이고 한화투자증권의 현재 자금 여력으로 볼 때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